입력2012.09.21 07:47
수정2012.09.21 07:47
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는데.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돈이 돌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통상적으로 한 나라에서 돈이 얼마큼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다. 일부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선진국들의 중앙은행에서 돈을 풀어 증시에 자금이 들어가면 주가가 오르지 않겠느냐, 유동성 랠리라고 굉장히 많이 이야기한다. 돈을 푼다고 해도 이것이 실물경제에 들어가고 증시 주변에 흘러 들어가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 측면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들의 돈이 도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통화승수를 보면 빅5의 통화승수는 2008년의 10배에서 지금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푼다고 해도 그만큼 경제의 활력이 떨어져 돈이 안 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빅5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다.
미국과 유로랜드, 일본, 영국 등의 국가들을 뜻한다. 이 나라들의 통화승수가 최근 굉장히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하더라도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통화승수란 중앙은행에서 돈을 풀었을 때 얼마나 신용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화지표에는 M1, M2 가 있다. 일반적으로 M2 지표로 국제적인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M2를 많이 언급한다. 이 광의의 통화를 본원통화로 나눈 수치다.
그렇다면 본원 통화란 무엇일까. 신용창출의 아주 기본이 되는 뿌리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통화가 있을 것이고 이것을 전문용어로 화폐발행력이라고 한다. 또 지급준비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이 신용창출의 기본이 된다. 이것이 몇 배까지 풀릴까. 많이 풀릴수록 정부가 돈을 조금 공급하더라도 신용창출이 많이 된다. 그래서 증시 주변에 자금이 들어가 유동성 장세를 연출한다.
반대로 정부가 지금처럼 많이 돈을 푼다고 해도 사실상 신용이 창출되지 않을 때는 증시에 자금은 들어가지 않는다. 막연하게 중앙은행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돈을 풀면 모두 증시로 들어가 유동성 장세가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본원통화는 신용창출에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돈의 원천이다.
그리고 통화유통속도는 하나의 1만 원 권이 특정 기간에 얼마나 도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1만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 달에 10번을 돌릴 수도 있고 1번을 돌릴 수도 있다. 이 두 경우의 경제의 가치를 살펴보면 전자는 10만 원을 기여하는 것이고 후자는 1만 원을 기여하는 것이다.
앵커 >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로 볼 때 전세계적으로 시장에 원활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2008년보다 더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그만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그것이 풀리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돈을 풀어서 시중은행의 대출여력을 키워준다고 해도 이것을 이용해야 한다. 금리도 제로금리 상태를 만들어주면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주체인 소비자나 투자자가 이것을 해야 하는데 소비자나 투자자가 미래에 대해 불확실할 때는 아무리 시중에서 대출을 밀고 금리를 낮게 가져가라고 해도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정부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애만 썼지 정작 소비나 투자를 통해 실물경제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실적이 나쁘면 주가는 올라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보면 최근 선진국의 통화승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다 보니 경제주체들은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이 크더라도 자금수요를 하지 않는다.
금융사들은 어떤가. 실물경제가 좋지 않으면 금융사들은 부실을 막아야 한다. 사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투기성이 강하고 위험이 있는 쪽으로 자금을 배포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부도가 나면 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돈을 움켜쥐고 주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이 자금들이 경제주체들은 쓰지 않고 시중은행들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안전자산만 선호하니 돈이 남는다. 결국 이 돈은 다시 중앙은행으로 가는 것이다.
앵커 > 최근 돈이 돌지 않는 이유는 금융사들의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양적완화 정책의 표본이고 지금 유동성 랠리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는 것이 3차 양적완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준에서 버냉키 의장이 고민하는 것이 있다. 그동안 돈을 많이 풀었다. 1차 양적완화 정책 때 1조 5000억 달러를 풀었고 2차에는 6000억 달러를 풀었다.
이것이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서만 풀린 것이다. 여기에 금리도 낮춰 주고 다른 쪽으로 돈이 풀린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풀렸다. 이것이 실물경제에 들어가면 경기가 회복되어 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주가가 많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사의 이기주의 때문에 본원통화의 82%가 초과지급준비율로 잡힌다. 즉 중앙은행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돈을 푼다고 해도 82%가 다시 중앙은행으로 온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 3차 양적완화 정책은 FRB에서 드라기 총재처럼 발권력을 동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되돌아오는 자금을 가지고 3차 양적완화 정책을 하는 것이다. 새롭게 화폐발행을 늘리지 않는다. 그 돈을 가지고 계속 굴리는 것이다. 그런 것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앵커 > 우리나라의 경우 돈이 도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는 그런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통화활력지표로 보면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 많이 떨어진 것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도 경제활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통화유통속도는 우리가 한때 22.4배까지 가다가 이것이 22배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유통속도도 0.74, 0.72, 0.70으로 자꾸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경제활력지표이다.
우리의 지방기업,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시달려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주택 관련해서도 하우스푸어 같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자금수요가 많은 상태다. 정작 여기에 돈을 풀어줘야 경제활력이 된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풀면 부실이 될 것을 우려해 돈을 움켜쥐고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최근 정부에서 서민층 등이 돈을 풀어갈 수 있게끔 각종 지원제도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금수요는 있는데 통화의 경제활력지표가 떨어지는 것은 금융사들의 금융 이기주의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보신주의의 영향이 크다.
앵커 > 각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외치는데 경제에 돈이 돌지 않으면 증시적인 측면에서도 유동성 장세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급한 양적완화 정책보다는 경제 활력을 찾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양적완화 정책에서 중앙은행이 돈을 푼다고 해도 실물경제와 증시 주변으로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3차 양적완화 정책으로 주가가 조금 오르니 코스피지수가 단번에 올라 유동성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중앙은행에서 돈을 공급하더라도 이 중에는 시중에서 퇴장되는 홀딩 머니가 있고 방출되는 돈이 있다.
유동성 장세가 열리려면 중앙은행에서 돈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 돈이 얼마나 실물에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보면 양적완화 정책으로 돈을 풀더라도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이 많은 돈을 푼다고 해도 글로벌 경기는 둔화된다.
그리고 지난번 양적완화 정책이나 드라기의 무제한 채권매입에서 돈을 푸는 것 이전의 배경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다. 미래 경제주체들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는 상태에서 돈을 풀면 돈이 실물경제에 들어가지 않는다. 금융과 실물 간 이분법 경제가 되며 금융사는 경기가 침체되는 상태에서 어차피 보신주의로 가고 경제주체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니 자금이 많다고 해도 돈을 쓰지 못한다. 중앙은행의 돈만 생각하면 유동성 장세인데 돈이 풀리는 것을 보며 유동성 장세의 기대가 오면 여러 가지 착시 현상이 발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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