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0일 오전 9시53분

쌍용건설 매각 방식이 바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은 구주 매각 없이 1500억원 상당의 신주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매각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초 이랜드와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A사에 구주 인수를 배제하고 신주 인수만으로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는 매각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매각이 불발되면서 200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구주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캠코는 최근 쌍용건설에 700억원을 긴급 수혈해 줬고, 신한은행 등 나머지 채권단도 21일께 1300억원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쌍용건설 지분 50.07%를 보유한 채권단은 2007년 11월 쌍용건설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구주 매각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래야 공적자금 회수라는 대의 명분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와의 협상에서도 캠코는 구주 인수를 요구했다. 이랜드는 890억원에 구주를 인수하되 향후 발생할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인수가격의 15% 이상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캠코 내부 규정상 손해배상 비율(5%)을 웃돌아 협상이 결렬됐다.

공적자금 회수 기한(올 11월)이 다가온 점도 캠코가 매각 방식 변경을 검토하는 이유다. 시한을 넘길 경우 쌍용건설 매각은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떠맡게 된다. 공자위는 캠코에 시한을 지키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일단 신주 발행으로 쌍용건설을 매각한 다음 회사가 정상화되면 블록세일 등으로 구주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희석되긴 하겠지만 이대로 쌍용건설에 끌려다니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이번엔 매각공고를 내지 않고 인수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후보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번에 수의계약 공고를 이미 냈기 때문에 별도로 공고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