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이 시중에 10조엔을 풀기로 했다. 유럽 중앙은행(ECB)과 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경기를 추가로 부양하는 한편 엔고(高)를 저지해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시중에서 국채 등을 사들이기 위해 조성된 채권매입기금의 규모를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10조엔 늘리기로 결정했다. 채권매입기금은 2010년 10월 35조엔 규모로 조성된 이후 이번까지 6차례 증액됐다. 올 들어서도 지난 2월과 4월에 각각 10조엔과 5조엔 늘어났다.

증액된 기금은 일본 금융회사에서 국채와 회사채 등을 사들이는 데 투입된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그만큼의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시중 통화량이 늘어날 경우 일반적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은행은 이와 함께 국채와 회사채를 매입할 때 적용했던 최저금리(연 0.1%) 조건도 없애기로 했다. 연 0.1%보다 더 낮은 금리로 금융회사들의 채권을 사들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예상보다 둔화된 경기 회복 속도.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 경제마저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나친 엔고를 막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유럽과 미국이 잇달아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면서 엔고 우려는 더 높아졌다. 미국 달러와 유로화의 공급량 증가로 이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자는 것도 양적완화의 배경이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본 경기 전반에 활력이 떨어졌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