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 정도 싸게 팔겠다던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실제로는 인근 주유소보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7일 서울시내에서 운영 중인 7개 알뜰주유소를 모두 조사한 결과 반경 3㎞ 이내 주유소를 통틀어 가장 싼 값에 기름을 파는 알뜰주유소는 단 한곳에 불과했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다른 알뜰주유소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싼 기름을 공급해 소위 ‘묘한 기름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아니 처음부터 지켜질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석유공사로부터 받는 공급가격 자체가 일반 주유소보다 싸지 않기 때문이다. 본지가 입수한 한 알뜰주유소의 석유공사 제품 공급가는 17일 기준 휘발유 1912원, 경유 1786원이었다. 같은날 대리점 공급가격(휘발유 1880원,경유 1750원)보다 ℓ당 30원 이상 비쌌다. 이는 정유사들이 기존 고객인 대리점을 잃지 않기 위해 실제로는 석유공사에 넘기는 것보다 싼 값에 대리점에 기름을 공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라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시중가격보다 싸게 정유사에서 기름을 받아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사실 정부가 지난해 기름값을 잡겠다며 알뜰주유소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이런 일은 예견됐었다. 정부가 특정 제품의 시장점유율이나 가격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 그 시장은 망가지게돼 있다. 마켓셰어 1%,ℓ당 몇십원에 목숨을 걸고 전쟁을 벌이는 게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어떤 정유사가 지속적으로 싼 가격에 석유공사에 기름을 공급하겠는가. 최근 정부와 석유공사 관계자들을 만난 알뜰주유소 운영자들이 불만을 터뜨린 부분도 바로 비싼 공급가격이었다고 한다. 석유공사 관계자조차 “처음부터 ℓ당 100원씩이나 쌀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할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알뜰주유소 1호점이 문을 닫자 개별 주유소의 자금 사정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계속할 셈인가. 장관이 직접 나서 시장개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만 남았다. 더는 업자 팔목 비틀기를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