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샤피로 교수의 아버지는 국제정치에 관심이 많아 어린 그를 데리고 남미 동유럽 등 전 세계를 여행했다. 1980년대 초 헝가리 여행에서 샤피로 교수는 현지 투어가이드의 아들과 친구가 된다. 이후 미국과 헝가리를 오가며 꾸준히 우정을 나눴다. 1989년 냉전이 끝나고 헝가리가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유주의 국가로 전환하면서 샤피로 교수는 친구와 친구가 속한 사회의 대전환을 어떻게 도울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존스홉킨스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샤피로 교수가 ‘청소년을 위한 갈등 관리(conflict management)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계기가 된다. 이 커리큘럼이 30개국에서 18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그는 갈등관리 분야의 스타로 부상한다.

이후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땄지만 그는 임상보다는 국제 분쟁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졸업 후 심리학을 활용한 협상 전략을 전 세계 분쟁 지역에 설파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다. 샤피로 교수는 현재 하버드대 의과대 정신의학부와 로스쿨 교수를 겸임하며 ‘하버드 국제분쟁 프로그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버드 협상연구소의 부책임자이기도 하다. 1998년 페루와 에콰도르의 평화협정 등 세계에서 분쟁을 종식시키는 일에 기여해왔다.

그는 “세계 정치 지도자와 기업 경영자들이 우리가 개발한 협상 기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로 입장은 달라도 바른 협상 방법을 알면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샤피로 교수는 10명이든 1000명이든 그의 강연을 듣는 청중과 함께 갈등 해결 방법을 즉석에서 보여준다. 관객들은 놀라면서도 그의 협상 방식을 금방 익혀 실생활에 써먹곤 한다. 샤피로 교수는 한국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란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한국의 지도자들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샤피로 교수는 한국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나 미국 정치권의 이념 논쟁에 대해서도 “한 사회 내에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논쟁이 대치와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갈등을 해소하고 앞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명확한 협상 프로세스를 갖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이념 논쟁을 잠시 접고 이런 프로세스를 만드는 협상을 우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렉싱턴=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