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와 불경기로 인해 돈 굴릴 곳이 없어지면서 은행들이 ‘알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를 연 3%대 수준까지 낮추고 있다. 우량 중기를 빼앗는 과정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한 지점은 최근 서울 을지로의 중소기업 A사에 연 3.8% 금리에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A사의 주거래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사 측에서 국민은행에서 연 3.8%에 1년간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받았다며 우리도 이런 금리를 맞춰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고 말했다. 연 3%대 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손해를 보는 금리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연 3%대까지 내려간 것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2%대까지 내려갔던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기업에 빌려주는 특별자금도 아닌데 연 3%대 대출이 이뤄지는 것은 그만큼 ‘돈 굴리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은행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라 하더라도 연 3%대 대출은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도 상식적으로 가능한 최저금리는 연 4%대 초·중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 초·중반이고, 여기에 예금보험료와 인건비 등 필수 비용을 합하면 은행별 ‘노 마진’ 금리는 연 4.0%를 조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에 이뤄지는 지점별 평가 시즌을 앞두고 대출 규모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같은 국민은행이라 해서 모두 연 3%대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량중소기업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낮은 금리를 제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