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ES는 렉서스가 한국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야심작이다. 연료 효율성이 높은 독일 디젤차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하이브리드였다. 렉서스는 신형 ES를 개발하면서 1989년 1세대 모델을 선보인 이후 단 한 번도 만들지 않았던 하이브리드를 첫 도입했다.

하이브리드카 'ES300h'의 탄생은 의미가 있다. 렉서스가 새로운 ES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신품'이다. 승차감 좋고 안락한 승용차를 타면서도 고(高) 연비를 원했던 기존 ES 운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남은 기간 수입차 업계의 관전 포인트는 베스트셀링카 BMW 520d와 도전자 ES300h의 대결 구도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은 "ES 하이브리드로 독일 디젤 세단과 진검승부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서울 잠원지구 프라디아에서 제천 청풍리조트를 잇는 약 200km 구간에서 신형 ES를 시승했다.



◆서울~제천 200km 구간 신형 ES 타보니···'정숙성·승차감' 동급 최강

신형 ES의 달라진 대목은 ES 하이브리드가 새로 추가된 점이다. ES300h의 공인 연비는 16.4km/ℓ(구연비 기준 21.8km/ℓ). 동일한 기준으로 환산하면 520d(19.9km/ℓ)보다 높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외관은 ES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준다. 이전보다 날카롭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전면부 스핀드 그릴(렉서스 패밀리룩)은 신형 GS와 올뉴 RX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였다. 전조등이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DRL)을 채택한 것도 달라졌다.

ES 하이브리드의 주행 성능은 체감 만족도가 높았다. 배기량 2494cc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해 203마력의 성능을 낸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릴 때 시속 170km까지 속도를 높였는데 운전에 전혀 무리가 없었고 직진 안전성을 잃지 않았다. 277마력(ES350)의 최대 출력을 포기해도 괜찮을 만큼 하이브리드의 운동 능력은 충분했다.

하이브리드 역시 ES의 트레이드마크인 '조용함'은 그대로 이어갔다. 시속 40km 이내에선 전기(EV) 모드로만 달릴 수 있고 엔진은 구동에 관여하지 않았다. 시속 120km 속도로 달릴 때도 정숙성과 승차감은 일품이었다. 주행 쾌적함을 위해 내외장에 다양한 흡음 재질과 3중 방음 유리 등 소음 차단 재질을 적용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동승자와 운전을 교대한 후 뒷좌석에 앉아봤다. 다리를 쭉 뻗으면 앞시트에 겨우 닿을 듯 공간이 넉넉했다. 신차 개발을 총괄한 아사히 토시오 엔지니어는 "뒷좌석 공간을 더욱 안락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며 "휠베이스는 45mm, 뒷좌석 무릎공간은 71mm 늘리는 등 동급 최대 공간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잦은 급가속에도 실주행 연비 ℓ당 12km 이상 달려

고속도로 시승에 이어 청풍호수 주변 와인딩 로드(산길 구간)에서 한 시간 가량 차를 타봤다. 곡선 구간을 선회할 때 타이어가 지면을 꽉 움켜쥐는 접지력이 뛰어나 주행 안정감을 전달했다. 가속 후 브레이크를 밟을 때 조금 무거웠지만 핸들 조작이 부드러워 운전자에게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선사했다. 분명 스타일이 뛰어난 세단은 아니지만 '잘 달리는 하이브리드카'로서 기본기가 충실하다.

시승을 마친 후 계기반 디스플레이에 기록된 연비 수치는 12.2km/ℓ로 표시됐다. 성능 체험을 위해 급가속을 반복했고 스포츠 모드를 많은 시간 동안 설정하고 차를 몰았던 점을 감안하면 실주행 연비는 괜찮은 편이다.

운전자 편의 기능인 8인치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멀티미디어 기기를 컴퓨터 마우스 다루듯 조작할 수 있는 2세대 리모트 터치는 업그레이드된 기능이다. 3가지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15개 스피커로 구성된 마크레빈슨 오디오 등은 고급 세단인 ES의 품격을 높였다. 다만 센터페시아 라인과 콘솔박스 가운데는 플라스틱 재질을 써 고급감이 다소 떨어진 느낌이 났다.

ES300h의 트렁크 공간은 가솔린 ES350보다 좁았다. 아사히 엔지니어는 "뒷좌석 뒤에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카의 설계 구조상 특징으로 공간이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ES300h의 판매 가격은 표준형 5530만 원, 고급형은 6130만 원이다. 고급형의 경우 BMW 520d(6200만 원)보다 70만 원 싸다. 한국도요타는 시승행사 당일 신형 ES의 사전계약 대수가 1000대(지난 13일 기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월 판매 목표가 500대 수준이고 520d와의 진검승부를 예상할 때 출시 초반 분위기는 '520d 킬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천=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