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매월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무기한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QE3) 방침을 밝혔다. 이미 시행 중인 장기채와 단기채의 맞교환, 즉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까지 합하면 매달 850억달러의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채권 매입 규모와 기간을 명시했던 종전의 양적완화와는 달리 무제한 매입이라는 점에서 QE3는 매우 공격적이다. Fed는 또 제로금리 기조를 당초 2014년 말에서 2015년 중반까지 연장키로 했다. ‘헬리콥터 벤’이라는 벤 버냉키 Fed 의장의 별명에 걸맞게 고용개선과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무제한 돈을 살포하겠다는 것이다.

살아나는 듯하던 미국 경기가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 따른 대응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양적완화가 과연 부작용 없이 경기를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경기가 반짝 살아날 수는 있다. QE3 발표 후 세계증시가 크게 오른 것도 그런 기대감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무기한 양적완화는 금융 이론에도 없고 전례도 찾기 힘들다. 뉴욕타임스가 사설에서 QE3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논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자칫 또 다른 버블의 씨앗이 돼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달 초 체코에서 열린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서 앨런 멜처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섣부른 저금리 정책과 돈풀기가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재앙을 반복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화정책은 보편성과 중립성을 띠어야 한다. 지금처럼 발권력을 동원해 중앙은행이 특정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그런 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버냉키는 마치 빈 손에서 장미를 피워내는 마술과도 같은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