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공포의 홀’은 4번홀(파5)이었다. 494m짜리 파5홀을 공략하면서 103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버디를 잡은 이는 이날 공동 선두로 나선 정희원을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했다. 상금랭킹 1위 김자영도 해저드에 볼을 빠트리며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 홀에서 더블보기는 부지기수였고, 김소영과 이보리는 이 홀에서 ‘퀸투플보기(5오버파)’를 범하기도 했다.

4번홀 그린 위에서 퍼팅을 마치고 나오는 선수들의 표정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6조로 출발한 이으뜸 선수의 ‘아빠 캐디’는 딸이 ‘4온2퍼트’ 보기로 홀아웃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여긴 보기가 파야”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오션웨스트코스의 ‘핸디캡 1번홀’인 4번홀은 경기 시작 전부터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받았다. 500m에 육박하는 거리로 아일랜드CC에서 가장 전장이 긴 데다 홀 중간에 거대한 해저드가 자리잡고 있어 공략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사선을 그으면서 날아가는 볼의 속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위압감은 티박스에 서면서부터 시작됐다. 드라이버로 있는 힘껏 쳐도 상당수 선수들이 페어웨이가 시작되는 부분까지도 볼을 보내지 못했다. 앞바람이 워낙 심해 볼이 제대로 뻗지 못했다. 깊은 러프에 빠진 볼을 꺼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억센 풀이 아이언을 꽉 잡아 100m도 채 못 치는 일이 빈번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켜도 고민이긴 마찬가지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전장 100m를 훌쩍 넘는 대형 해저드가 자리잡고 있다. 3번 우드를 잡고 해저드를 넘기려는 선수들은 턱을 넘기지 못하고 빠지기 일쑤였다. 정확성 높기로 정평이 난 심현화도 이 홀에선 해저드에 볼을 헌납했다. 이날 선두권에 오른 윤채영도 해저드에 빠져 보기를 기록했다.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해저드가 페어웨이 오른쪽 거의 끝까지 잡아 먹을 정도로 깊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여유 공간이 10m 안팎에 불과한 개미허리다.

이날 4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정희원 이연주 오안나 박주영 등 4명뿐이었다. 정희원은 3번 우드로 해저드를 넘긴 뒤 98m짜리 웨지샷을 핀 우측 2m 지점에 떨어뜨리면서 버디를 잡아냈다.

아일랜드CC=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