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SK C&C가 ‘상생’ 갈등에 휘말려들었다. 지난해 12월 인수한 중고차 거래 전문기업 SK엔카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존 자동차 매매 사업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항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계열인 SK엔카가 중고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중고차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도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이나 정유사업을 잘할 것이지, 전통적으로 영세 사업자의 영역이었던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우리 피를 빨아먹지 말라”는 감정 섞인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SK엔카가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품질보증’이 비교적 투명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엔카는 수리 보증, 구매·판매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고차 성능 점검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차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봉’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SK엔카가 등장한 이후 거래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은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본력을 동원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는 영세사업자들은 죽으라는 말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화살은 정부 쪽에도 돌아간다.

정부가 명확한 성능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영업 관행이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영세업체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SK C&C는 이런 비난에 억울해한다. SK엔카를 인수하게 된 데는 정부의 규제 강화가 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국내 공공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SK C&C는 비(非)IT사업으로 영역을 넓혀야 했다. SK엔카는 지난해 연간 4686억원, 올해 상반기 288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SK C&C의 실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SK C&C는 정부가 공공시장에서 IT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상황에서는 SK엔카 등 새로운 핵심 사업 육성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성공한 수익사업을 찾아 정부 규제를 피하나 싶었던 SK C&C가 자영업자들의 ‘공적’이 된 상황이 씁쓸하다.

김보영 IT모바일부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