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사진 왼쪽)이 리카싱(李嘉誠) 홍콩 청쿵(長江)그룹 회장과 만나 광범위한 협력에 합의했다.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리 회장이 이끄는 청쿵그룹은 홍콩 호주 등 아시아 여러 곳에서 무선통신사업과 함께 항만 발전 호텔 수처리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 홍콩 최대 기업이다.

이 회장은 11일 홍콩의 청쿵그룹 영빈관에서 리 회장과 오찬 회담을 가졌다. 삼성에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이재용 사장이, 청쿵그룹에선 리 회장의 장남인 빅터 리 부회장과 케닝 폭 사장이 배석했다.

삼성은 양측이 기존 휴대폰, 네트워크 사업 분야에서의 기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청쿵그룹 자회사로 영국의 제4이동통신사업자인 허치슨3로부터 영국 LTE(롱텀에볼루션) 통신망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이 회장은 리 회장의 도움으로 삼성전자가 유럽 LTE 네트워크 시장에 진출하게 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양 그룹은 또 삼성물산이 지난 7월 홍콩 지하철 공사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부동산 개발, 건설 등에 있어서도 협력을 넓혀 나가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청쿵그룹은 항만과 발전, 수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해상 플랜트와 건설, 엔지니어링에 강점을 가진 삼성과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리 회장은 양극화 해소와 고용 창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리 회장은 1950년대 부동산 개발을 시작으로 청쿵그룹을 일궜다.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아홉 번째 부자이자 아시아 최고 부자로 재산이 약 1989억홍콩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또 청쿵그룹(홀딩스)은 청쿵실업, 허치슨왐포아 등 22개 상장 기업의 지주회사로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8500억홍콩달러(약 123조4200억원)에 달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