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판사 김현미)는 애경유화가 “법인카드 월 한도를 1년 동안 5억원까지 10배 늘려달라는 회사 직원 윤모씨의 요청을 수락한 결과 윤씨가 유용하게 된 4억78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주장하며 우리은행과 BC카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우리은행은 손실액의 20%인 856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가 1년 남짓한 기간(2008년 1월~2009년 3월) 동안 5차례에 걸쳐 법인카드 한도를 5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증액하는 등 증액 횟수와 범위가 특이했으므로 우리은행은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며 “특히 윤씨가 지방으로 발령난 후에도 증액을 신청했는 데 은행이 회사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애경유화에도 직원의 불법행위를 통제하지 못한 과실이 있음을 감안해 우리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C카드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 등 부수적 업무만 수행했다고 보고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애경유화 총무부 직원이었던 윤씨는 2007년 12월 우리은행에 사용자를 본인으로 한 회사 명의 법인카드(월 한도 5000만원) 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윤씨는 2008년 1월부터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마련해 자신의 주식투자 등에 소진했다. 범행을 반복할수록 점점 더 대범해진 윤씨는 미리 신용카드제신고서에 회사 인감을 날인해둔 뒤 회사의 카드 사용이 증가하는 시기에 맞춰 1년여 동안 5차례에 걸쳐 카드 한도를 증액해 달라고 은행에 요청했다.
윤씨는 법인카드 유용 및 회사 부동산 매각대금 및 배당원리금 1억74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