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영화 ‘피에타’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조민수(47)는 여우주연상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됐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 최고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 기타 주요부문 수상을 할 수 없다는 영화제 규정 때문이다.

조민수는 지난 4일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 후 해외 매체와 평론가들로부터 유력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됐다.

조민수는 1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피에타’에서 아픈 개인사를 숨긴 채 짙은 모성과 인간애의 혼돈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했다. 극중 악마 같은 사채업자 강도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여인을 맡았다.

김기덕 감독은 조민수에게 ‘흑발의 마리아’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영화사 관계자는 “‘조민수의 여우주연상은 만장일치였다’고 전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중국 천커신 감독과 배우 사만다 모튼 등 올해의 심사위원들은 조민수를 직접 찾아와 그녀의 연기에 대한 극찬과 격려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민수는 “스크린 주연 복귀작으로 이 같은 영광을 얻은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며 “김기덕 감독님과 영화 ‘피에타’가 아니었다면 지금같이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수의 여우주연상 불발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기덕 감독의 최고상 석권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외신들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한국의 영화가 베니스를 뒤흔들었다” “김기덕의 충격적인 새 영화가 공개됐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막바지에는 ‘피에타’가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황금사자상 수상 후보 1순위로 꼽히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호응으로 ‘피에타’는 이탈리아 18~19세 관객들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에 이어 이탈리아 온라인 영화매체 기자들이 뽑은 ‘골든 마우스상’, 이탈리아 유명작가를 기리는 ‘나자레노 타데이상’ 등 비공식 상으로 3관왕을 차지했다.

유재혁/김보라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