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12월19일)가 10일로 꼭 100일 남았다. 하지만 범 야권 대선 후보가 안갯속이어서 대선 구도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책 경쟁도 보이지 않는다. 자질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른바 3무(無) 선거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3대 변수를 점검해본다.


18대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다. 사실상 유일한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과 국민의 모든 시선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구체적인 출마시기와 출마한다면 독자후보로 갈지 아니면 민주통합당과의 단일후보로 갈지에 온통 쏠려 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이번 대선은 안 원장 변수를 제외하고 북풍이나 여야의 공천헌금 비리 등은 돌발변수나 작은 변수에 불과하다”며 “안 원장이 나오려고 마음은 먹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은 여전히 “국민들의 얘기를 더 듣겠다”며 모호한 입장이다. 실제로 안 원장의 측근들과 그를 만난 전·현직 의원들의 얘기를 종합해봐도 대선에 대한 고민이 아직 ‘진행형’인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일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 불출마 종용’ 주장과 새누리당의 각종 검증공세는 안 원장의 대선 행보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다. 금 변호사의 주장으로 안 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과 사실상 전면전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마할 것이다. 출마 안 하는 사람이 측근을 시켜서 기자회견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딱지) 구입 문제, 안랩 시절 BW(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논란, 30대 여인과의 교제설 등은 사실 여부를 떠나 ‘바른생활맨 안철수’의 이미지에 일정부분 생채기를 내고 있다. 검증공세가 물러설 퇴로를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9월 중순 이후 대선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경선 1위를 기록 중인 문재인 후보가 과반득표를 얻을 경우 민주당 경선은 16일 완료된다. 안 원장 측은 이번 주 중 시내 모처에 모여 캠프 실무단 첫 회의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단 본격 가동을 위한 사전 모임으로 사실상 출마가 임박했다는 방증이다.


안 원장은 일단 독자세력으로 출마(시민후보)한 뒤 야권 후보와의 단일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안 원장이 먼저 민주당행을 택하기보다 일단 독자세력화를 꾀한 뒤 민주당과의 연대를 강구할 것이란 얘기다. 신 교수는 “일단 출마하게 되면 안 원장과 문 후보 모두 양보하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자세력으로 완주할 가능성도 있으나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안 원장의 주요 지지기반이 수도권 2040세대와 호남이기 때문이다. 실제 안 원장은 호남에서 문 후보를 가장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독자 완주를 선언할 경우 야권 성향 유권자가 빠져나가면서 현 지지율 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안 원장이 그리는 그림은 높은 지지율로 민주당 후보를 주저앉히고 범야권 시민후보가 되는 것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