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만 너무 강조하지 마세요. 돈 불리는 것만 중시하게 됩니다.”

윤병철 한국파이낸셜플래닝(FP)협회 회장(75·사진)은 재테크라는 말을 싫어한다. 언론에서 가급적이면 그 말을 안 썼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재테크는 일본에서 온 말인데, 무조건 돈을 불려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재테크 대신 돈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 안전하게 관리하는 ‘재무설계’를 강조해 주세요.”

윤 회장은 한때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부산 출신으로 한국투자금융 사장을 거친 그는 지금의 하나금융을 일궜다. 1991년부터 하나은행장을, 1997년부터 하나은행 회장을 맡았다. 우리금융지주 회장(2001~2004년)도 지냈다. 지금은 2000년부터 맡고 있는 FP협회장 일에 헌신하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FP협회는 12일 서울 부산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공짜로 재무설계 상담을 해주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른바 ‘파이낸셜플래닝(FP) 데이’다. 전국 지부에 속한 600명가량의 재무설계 전문가들이 하루를 통째 상담행사에 헌납한다. 2008년부터 벌써 5년째다. 사람들에게 재테크가 아닌 재무설계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취지에서다.

◆‘한방’ 노리지 말라

그는 재무설계의 첫 단계로 ‘돈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을 꼽는다. “돈은 다 다른 겁니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돈하고 로또로 번 돈이 다르고, 집 전세금과 여행 경비가 다른 겁니다. 재무설계는 돈의 ‘다름’에 주목하지만, 재테크는 돈은 무조건 많은 게 좋다고만 하지요.”

그 다음은 목표에 맞는 투자·지출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는 투자로 한 방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각종 전략과 비법이 난무하지만 “그런 투자기술을 따라해서 진짜 성공한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사라지고 하우스푸어 시대가 됐습니다. 전에는 돈을 벌려면 무조건 부동산을 사면 됐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인구도 증가하지 않습니다. 기대를 낮춰야 합니다.”

투자는 고사하고 쓸 돈도 없다는 이들이 많다고 하자 그는 “마이너스를 마이너스하면 플러스가 된다”고 했다. 소비(마이너스)를 줄이면(마이너스) 돈 버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지금 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금융인은 심부름꾼

윤 회장의 금융인에 대한 관점은 독특하다. ‘심부름꾼’이다. “심부름은 서비스입니다. 금융이라는 게 서비스, 주인을 위해서 돈을 맡아 달라면 맡아주고 어떻게 투자하라면 투자하고 하는 심부름을 하는 서비스 아닙니까.”

윤 회장은 무료 재무설계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국민에게 심부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무설계는 돈을 많이 안 가졌더라도 자기 계획에 맞춰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한 것입니다. 돈 많은 사람뿐 아니라 돈 없는 사람도, 특히 젊은 사람들도 결혼하고 애를 낳고 집을 사려면 궁금한 게 많은데 금융 전문가들이 풀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무설계 전국 무료 상담 12일 8개 도시서 동시에

재무설계 전문가 단체인 한국FP협회는 12일 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동시에 무료로 재무 상담을 해주는 행사를 개최한다. 주제는 ‘재무설계를 통한 행복한 미래 설계’다.

국제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국제공인 재무설계사(CFP)와 개인재무설계사(AFPK)가 직접 상담에 나선다. 이들은 은퇴 준비, 자녀 교육, 내집 마련, 부채 상환, 상속과 세금 등 재무적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행사는 오후 2시부터 특별 강연과 함께 시작한다. 상담 신청은 이메일(happy@fpkorea.com)이나 전화(02-3276-7653)로 하면 된다. 당일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www.fpkorea.com)를 참조하면 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