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청년한국 이끄는 '테샛'
최근 일간신문에 어느 대형 은행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대학생이 대학생활 동안 스펙을 쌓기 위해 들인 노력과 경비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무려 4000만원에 달해 결국 대학 4년 등록금과 맞먹는 추가 비용을 투자한 것이다. 돈 없는 학생은 취업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셈이다. 심지어 청년실업으로 인해 사회에 발을 들여 놓기도 전에 학자금 대출 상환 불능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사교육이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대학교까지도 따라다니는 걸까? 그 사교육이 줄기는커녕 더욱 대형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할 대학생들은 더 늘어나는 스펙 쌓기에 젊음과 경비를 바치고 있다. 그로 인해 노후를 준비해야 할 한국의 중장년층은 자녀들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어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노후를 맞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노후 소득을 보이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제생활을 접하지만 한국 초·중·고교에서는 경제교육이 별로 활성화되지 못한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금융회사, 관련 협회 등이 주축이 돼 경제교육을 시작했지만 각자 목적에 맞는 경제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경제교육의 체계, 통일성 등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대를 중심으로 경제교육 내실화를 기하는 정책들이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것이 지속적으로 유지·발전돼 우리 학생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받고 자라 한국 경제 발전에 초석이 되기를 고대한다.

대학생의 스펙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은 불행스러운 일이지만 한국경제신문의 테샛(TESAT) 같은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이 국가공인을 받고, 대기업들이 학생 취업시 참고해 점차 응시자가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더구나 테샛은 기업체에서 직원 능력평가에도 적용·확대하고 있어 경제교육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필자가 여름방학 때 대구의 한 대학에서 테샛을 강의한 경험은 인상 깊었다.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3개 반으로 나뉜 강의실에 약 40명의 학생이 단 한 명의 지각·조퇴자도 없고 조는 학생도 없었다. 강의실에서 마주한 진지하고 초롱초롱한 대학생들의 눈망울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들의 눈에서 미래의 한국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시험이 횟수가 늘어나면서 너무 평범한 시험으로 변질해 대학생들에게 부담만 주는 스펙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경제생활에 필요한 좋은 문제들을 출제해야 한다. 또 암기식이 아닌 실제 경제생활에 응용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대표적 경제교육 기관인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처럼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총괄해 진행해 나갈 수 있는 기관이 한국에도 생겼으면 한다.

김재운 < 남서울대 교수·부동산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