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개봉일 돌연 앞당겨…중·소 영화 조기 종영 불가피
국내 영화 산업의 큰손 CJ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영화의 개봉일을 갑자기 변경해 영화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CJ엔터테인먼트는 자사가 기획·개발하고 투자와 배급까지 맡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개봉일을 예정보다 1주일 앞당긴 오는 13일로 최종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영화는 당초 추석 연휴 직전인 20일 개봉 예정이었다. 대기업 영화의 개봉일이 하루 이틀 정도 변경된 사례는 있지만 1주일이나 앞당기기는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CJ가 영화 개봉일을 불과 2주일 앞두고 갑자기 당긴 것은 주연배우 이병헌의 부재(不在) 때문이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레드2’를 촬영하기 위해 10일 출국한다. 그동안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홍보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 이병헌이 떠나면 남은 2주일 동안 대중의 관심을 끌고 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CJ는 앞서 100억원을 투입한 영화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를 개봉했지만 주인공 비(정지훈)가 입대한 뒤 영화의 홍보·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개봉일을 앞당기는 바람에 중소 규모 영화들이 타격을 받게 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CJ나 롯데, 쇼박스 등 국내 대기업이 투자·배급하는 영화들은 상영관을 많이 점유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영화들은 대기업의 영화를 피해 배급과 홍보 전략을 짠다. ‘광해…’로 인해 최근 개봉한 중소기업 영화들이 간판을 빨리 내리게 됐다.

특히 CJ 계열 멀티플렉스인 CGV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근 영화를 개봉했거나 곧 개봉할 다른 영화들은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막을 내릴 처지여서 관계자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최근 개봉한 한 영화의 마케팅 담당자는 “‘광해…’를 피해 개봉일을 잡았고 개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우리 영화를 빼고 ‘광해…’를 올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CJ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