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열리고 있는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 참석한 석학들이 진단하는 세계 경제위기 원인은 분명했다. 정치가들의 포퓰리즘과 정부의 시장개입이 복지병을 키웠으며 그로 인한 과도한 재정 투입이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앨런 맬처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미국은 빌 클린턴 정부 이후 저소득층 주택갖기 정책이라는 복지 실험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샘 맬츠먼 시카고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세금과 규제는 또 다른 사회주의의 부활과 같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등의 유로존 재정위기 역시 복지병에 찌들은 회원국들의 무임승차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1937년 39명의 학자들이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반대하며 스위스 몽 펠르랭에 모여들었을 때의 각오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요즘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시장경제와 자유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고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을 방해하며 자생적 질서를 어지럽힌다.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는 ‘자유사회의 원칙과 관행을 강화하고 시장경제 체제의 기능과 장점 및 결함을 연구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학자들이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을 창립 목적으로 한다. 신자유주의 학파의 거두인 하이에크를 정점으로 시카고학파를 창시한 프리드먼 등이 그 계보를 잇는다. 큰 정부가 아닌 작은 정부, 재정 확대에 반대하는 자유시장과 감세, 그리고 엄격한 통화관리가 이들의 일관된 경제 원칙이다. 영국의 복지병에 메스를 가해 경제를 살린 대처 전 영국 총리, 80년대 미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 원칙을 철저하게 따랐다. 레이거노믹스를 만든 관료 77명 중 22명이 이 협회 회원이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한국은 이 협회 회원이 단 2명밖에 안 된다. 정기총회는 물론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가 열린 적이 한번도 없다. 일본은 이미 두 차례나 개최했으며 홍콩과 호주도 각각 한 번씩 열었던 것과 대조된다. 자유주의 학파가 설 땅을 잃어가는 한국이다. 지금 한국 정치가 경제민주화 구호를 요란하게 외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없이 경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