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가을 이사철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등의 이주 시기를 분산하기로 했다. 임대차 보호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다세대주택의 사업승인 대상을 현행 20가구에서 30가구로 완화하는 안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2일 발표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 심리를 차단하는 선제조치 측면에서 대응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주시기 조정 … 임대주택 조기공급

서울시는 전세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이주 시기 분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연말까지 이주에 들어갈 예정인 곳은 가락시영(6600가구)을 비롯해 신반포1차(790가구) 옥수13구역(2117가구) 돈의문1구역(913가구) 등 1만여가구에 이른다.

서울시는 가락시영 조합원 1200여명에 대해 이달 500명, 10월 300명, 11월 250명 등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이주토록 했다. 세입자 4200여명은 아직 임대차 기간이 남아 있어 자연스럽게 이주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가락시영처럼 국지적인 전세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곳에 대해선 조합과 협의해 이주 시기를 분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10월 이후로 예정됐던 임대주택 2963가구의 공급도 9월 이후로 앞당긴다.

○세입자 보호장치도 대폭 강화

다가구·다세대주택의 경우 공급 촉진을 위해 건축법을 개정, 사업승인 대상을 20가구에서 30가구로 늘리는 동시에 한 동(棟)당 바닥면적 기준도 660㎡에서 1300㎡로 늘리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인·허가절차가 간소화되고 분양물량이 늘어나면 수익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 세입자의 임대차 보호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도 신설키로 했다. 이런 방안이 실현되면 세입자들은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임대료를 제한하는 ‘공정임대료제도’도 법무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월세 전환 시 연간 임대료 산정률을 현행 전세보증금의 140%에서 100%로 낮추자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보증금 2000만원의 전세입자가 보증금 1000만원에 나머지 1000만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의 임대료가 연 14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저소득가구 주거비지원(주택바우처) 대상도 현재 최저생계비 120% 이하 소득 가구에서 최저생계비 150% 이하 소득 가구로 확대, 수혜대상을 지금보다 약 4배 늘어난 1만5000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재건축 이주수요를 분산시켜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서울시 대책은 환영하지만, 다가주 주택 사업계획 승인 완화나 임대주택 건립 비율 결정 지자체 위임 등 다른 대책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선/ 김보형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