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아라미드 섬유를 둘러싼 듀폰과 코오롱 간 소송에서 듀폰 손을 들어줬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지방법원은 30일(현지시간)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낸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 판매금지 소송에서 코오롱의 ‘헤라크론’에 대해 20년간 글로벌 생산과 판매, 판촉 활동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지난 24일 ‘애플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평결을 내린 데 이어 미국 법원이 ‘듀폰 소송’에서 자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코오롱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도록 결정한 것은 지나친 ‘자국 이기주의’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31일 애플-삼성전자 특허 소송에서 미국 법원과 달리 애플 측 핵심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코오롱은 20년간 아라미드 섬유 생산과 판매를 금지당하면 1조원대 배상액을 포함해 모두 3조원을 날려 그룹 경영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은 “법률적으로나 사실관계 면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은 듀폰이 제기한 변호사 비용 부담 여부까지 1심 판결이 끝나면 바로 항소할 계획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국책사업의 결과로 개발한 첨단산업 기술을 일방적인 잣대로 무력화시키는 미국 거대 기업의 횡포”라며 “이번 생산, 판매금지 판결은 기술 개발을 위해 30년 동안 쏟은 땀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까지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 아라미드 섬유

고부가가치 슈퍼 화학섬유로 일반 섬유의 10배 가격에 팔려 ‘황금실’로 불린다. 크게 파라계(고강도)와 메타계(초내열성)로 나뉜다. 듀폰과 코오롱이 생산하는 파라계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이상 강도가 높아 방탄복, 광케이블 등에 쓰인다. 메타계 아라미드는 내열성과 난연성이 뛰어나 소방복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