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도 상반기 '어닝 쇼크' 못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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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영업이익 작년보다 10% 늘었지만 삼성전자·현대車 빼면 27% 감소한셈
현대중공업·한화·GS는 수익 반토막
현대중공업·한화·GS는 수익 반토막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대기업들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 둔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 대기업의 실적 부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 절반 영업이익 감소
3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5조11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6% 증가했다.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82개 기업의 영업이익을 합산한 수치다.
겉으로만 보면 국내외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기업들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두 그룹을 제외한 8개 그룹 계열사들이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은 7조9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9% 감소했다.
10대 그룹 상장사 중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곳은 31개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38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했고 10개 기업은 적자를 냈다. LG전자 LG이노텍 삼성SDI 3개 기업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김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기업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이 내놓은 예측치에도 못 미쳤다”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하반기 실적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현대중·한화, 영업이익 반토막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전년도보다 대폭 증가한 이익을 올리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1조60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8% 급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8.0% 늘어난 것을 비롯해 삼성전기(83.5%) 삼성SDI(흑자 전환) 등 전자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았다. 올 들어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한 데다 지난해 초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상장사들은 상반기 6조41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계열사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현대차 영업이익이 32.3% 늘어난 것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36.2%) 현대위아(91.4%) 등은 이익이 대폭 증가했지만 현대제철과 현대비앤지스틸의 영업이익은 각각 31.7%와 62.9% 감소했다.
SK와 LG그룹은 영업이익이 각각 7.8%와 4.5% 줄었지만 순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4위를 유지했다. 전자와 자동차 업종 주력 계열사가 없는 그룹은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98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9.4%나 줄었다. 한화(-56.4%)와 GS(-47.8%)그룹도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하반기 실적 부진 지속 가능성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도 기업 실적에 바탕을 둔 상승 동력은 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말로 갈수록 미국 재정벼랑(정부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 우려가 높아져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국인이 증시에서 순매도를 지속한다면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주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