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부영그룹, 레저·건설 '미래 먹거리' 투자 확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조 넘는 실탄으로 사업확장…무주리조트 등 자금 회수 '아직'
올 부영주택 CEO 6번 바뀌고…복잡한 계열사 지원은 '논란'
▶마켓인사이트 8월28일 오후 1시48분
‘느리지만 안전한 세발자전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1·사진)의 경영철학이다. 기업은 두발자전거처럼 빠르게 달리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안전하게 전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부영은 최근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에 인수하고, 올해 2000억원대 쌍용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사세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임대주택 전문기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부영의 ‘변신’은 건설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업계의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사고 있다.
◆급격한 성장과 한계
국내 최대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인 부영그룹은 경쟁 건설사들과 반대로 금융위기를 전후해 현금 수입이 급증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과거 대량 공급한 임대주택들이 전세난 심화와 맞물려 2006년부터 집중적으로 분양 전환에 들어간 덕분이다.
2011년 부영그룹 17개사의 매출은 2조6610억원으로, 2005년 6개사 6140억원에서 6년 새 네 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재계 자산총액 서열도 39위(공기업 제외)에서 25위로 뛰어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낮은 금리의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임대사업에 집중한 덕분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미분양·미입주 위기에 처한 경쟁사들과 달리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밀려들어온 현금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국내 임대주택 분양전환 물량이 2009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자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레저 사업에 과감한 투자
부영이 선택한 미래 먹거리는 레저와 분양주택 건설 사업이다.
2006년 제주 중문단지의 관광단지 조성 목적 사업부지를 142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같은 해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고 국내외 토지를 사들였다. 2009년엔 (주)부영에서 사업자회사 (주)부영주택을 분할 설립해 투자 역량과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한 뒤 지난해 제주 앵커호텔과 무주리조트를 차례로 인수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국내외 투자활동으로 지난 5년간 2조9000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 2조2000억원 외에 7000억원은 외부차입으로 조달해야 했다.
문제는 레저사업 대부분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다 분양시장 회복도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주리조트는 작년 107억원, 제주도 부영CC는 7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경영투명성 강화 과제
부영이 추가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경영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법인으로 자본시장을 활용한 안정적인 자금조달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융지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올 들어서만 여섯 차례나 단행된 부영주택 대표이사 인사와 이 회장의 셋째 아들인 영화감독 이성한 씨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련 지원도 논란거리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