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함께 달리고 있는 두 남녀. 얼핏 보기에는 서로 경쟁하며 달리는 모습 같았는데, 여성의 시선이 어색했다. 다시 자세히 보니 두 남녀의 손은 끈으로 이어져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가이드와 끈에 의지한 채 전력 질주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서로를 믿고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이 곧 시작된다. 장애인올림픽을 지칭하는 ‘패럴림픽(paralympic)’이라는 단어는 처음에 마비를 뜻하는 ‘paralysis’와 ‘olympic’의 합성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paral’의 의미는 ‘parallel’로 올림픽과 ‘동등한’ 대회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올림픽은 장애인 선수들도 한 번쯤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베푸는 게 아니다. 이 또한 치열한 승부의 세계이고 기존 올림픽과 다르지 않다.

때로는 목표한 기록이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불편한 몸에 실망할 때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선수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과 그간 지도자들과 함께 일반인보다 몇 배로 쏟았을 땀은 보는 이에게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번 장애인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은 13개 종목에 참여한다고 한다. 지난 2008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는 종합 13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은 ‘보치아’(컬링과 비슷한 방식으로 표적구와 공을 던지는 경기)에서 6회 연속 우승을 거둘 만큼 막강한 팀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장애인 스포츠 강국의 대열에 올라선 한국 선수들이 더없이 자랑스럽지만 여전히 올림픽보다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경기 고양시에 장애인들이 모여 빵을 만드는 ‘소울 베이커리’라는 곳이 있다. 일반 베이커리에 비해 작업 효율이 떨어지고 불량률도 10%가 넘는다. 하지만 이곳은 빵을 만들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빵을 만드는 곳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가 드물기 때문이다.

빵을 만드는 우리 회사는 지난 봄부터 앞서 언급한 사진처럼 이들 장애인과 함께 뛰는 가이드를 자처하기로 했다. 이들이 제빵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 설비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을 가르쳤던 강사들은 일반인보다 빵을 배우는 것은 더디지만 의지와 노력은 결코 일반인 못지않다고 말한다.

다음달에는 이들이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가 서울 종로에 문을 연다.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장애인이 만든 빵이라는 편견을 깨고, 맛과 품질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속에서 손을 묶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장애인과 가이드처럼 빵을 통해 만들고, 즐기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함께 달릴 것이다.

조상호 <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