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과의 특허소송서 ‘충격 패소’..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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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욱 해설위원 > 지난 주말 외신과 내신을 뜨겁게 달궜던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 관련 소식에 실망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미국 현지 배심원들의 평결문 원문을 주워왔다. 이번 평결은 의혹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는 꺼림칙한 구석이 많이 있다. 같은 한국사람이라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에 제출된 배심원 평결 자료를 직접 본다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예상인 일부 승소, 일부 패소가 아니라 완전히 원웨이 평결이다. 삼성이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했느냐는 질문에 전부 Y다. 이렇게 너무 일방적인 평결이라는 것이다. 또 삼성에서 소명한 자료가 확실이 확인이 됐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전부 아니라고 답했다. 한쪽 방향으로만 몰려 있는 평결이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특허권 침해 배상액이 10억 4934만 3540달러다. 기존에 적은 것에 선을 긋고 다시 밑에 쓰는 등 낙서 같은 모습이다. 배심원 평결 자료가 이렇게 나오고 있다.
특허권 침해 배상액이 세부 항목별로 갤럭시S, 갤럭시S2, 4G 모델 등 종류별로 나눠 있는데 어떤 것은 8084만 162달러, 117달러 등 1천 몇 백원 단위까지 자세하게 평결 금액을 명시해놓고 한번 고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1천 몇 백원 단위까지 산정한 과정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디테일한 금액에 비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사실 지금 이 상황은 최신식 형태의 자동차를 포드에서 먼저 만들기는 했지만 그 뒤에 만드는 자동차 메이커가 왜 바퀴를 4개로 했고 핸들을 왜 동그랗게 했느냐, 이런 이야기인 것이다. 또 청바지도 미국의 리바이스에서 제일 먼저 만들기는 했지만 왜 청바지 뒤 엉덩이에 주머니를 두개 달아 놓고 방패 모양이냐고 묻는 논란과 비슷한 것이다. 앞으로도 오래 끌고 갈 여지가 많은 소송이었고 배심원 평결 자료가 매우 부실하다.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애플의 배심원 평결문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를 보자. 6시 30분 정도 나왔다. 애플에게는 당연히 호재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급등하고는 있지만 그 폭이 크지는 않은 1.77%다. 여기서 매일 애플과 삼성전자의 롱숏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큰 폭으로 솟았으면 삼성전자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전체 주가인 670달러 수준에서 10달러 오른 것이다.
아전인수 격으로 너무 우리에게 유리한 내용을 옮겨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CBS뉴스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특허 소송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번 평결은 당초 전문가들의 객관적 평가와 괴리가 너무 커 논란의 소지가 있고 얼마든지 추후에 뒤집힐 수 있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 이유는 배심원 평결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다. 사실 당초 예상보다 금액도 훨씬 컸고 일방적인 성향이 짙었던 배상 판결에 비해 과연 이를 정당화할만한 시간과 자격이 배심원들에게 충분히 주어졌는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번에 배심원 평결 설명을 보니 9명의 배심원이 각각 좁은 방에 들어앉아 열 몇 개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박스를 쌓아 놓고 이를 하나씩 살펴봤다. 이렇게 해서 700개 항목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그리고 다시 이 9명이 모여 700개 항목에 대해 만장일치로 평가 결과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더구나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은 시민들로 구성된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700개 항목을 방에서 혼자 제품을 뜯어보고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고 재판부에서는 서둘러 평결을 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번 소송은 애플이 먼저 제기한 것이다. 그래서 애플의 주장이 맞다고 평결하는 것이 더 쉽다.
반대로 삼성이 옳다고 하려면 애플의 자료를 반증하고 반박할 만한 자료도 더 많이 봐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일부 배심원들이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항목에 삼성 측의 주장을 검증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시간 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미국 현지 로펌 관련자의 인터뷰 내용을 보자. 이번 평결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재판부 측이 배심원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여지가 충분한 복잡한 평가서를 그대로 제공하도록 허락한 것이 의외였고 자사의 경험상 보통 이렇게 복잡한 특허권 소송에서는 배심원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에 대해 조언을 구할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 가능하도록 허락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요구한 배심원 지침서는 심지어 109페이지에 달했다. 따라서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내용이 너무 짧게 축약되어 있는 평가서를 답변하려다 보니 다분히 애플에게 유리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에 대해 알아보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주간 전망을 보면 8월의 마지막 주인 이번 주에는 여러 다양한 경제지표와 실적들이 모두 공개된 후에 주말 잭슨홀에서는 마침내 연례 심포지엄이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에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강력한 듀엣인 버냉키 연준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동시에 참석한다. 버냉키 연준의장의 기조연설이 현지시간으로 금요일 오전, ECB 드라기 총재 연설은 토요일에 예정되어 있으니 둘다 우리 증시 이번 주 마감한 후가 될 것이다. 대신 버냉키 연준의장의 금요일 연설은 미 증시 금요일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글로벌 금융사들의 하우스 뷰를 들어보자. 크레팃 에그리콜은 이번 금요일 잭슨홀에서 연설을 앞두고 있는 버냉키 연준의장은 최근 경제지표 개선 추세와 금융시장 환경 강화가 과연 얼마큼 믿을 수 있느냐의 질문에 따라 연준의 입장이 어떤지 중요하다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현 시점으로 봤을 때 9월에 QE3가 발표될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본다.
다음은 뱅크오브 아메리카의 의견이다. 최근 주가 상승세는 QE3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지금처럼 주가의 수준이 전고점에 가 있는 상황에서는 QE3가 나오기 힘들다. 9월 12일과 13일에 예정된 다음 번 FOMC에서 QE3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장은 실망에 따른 대량 매도세 출현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다행인 것은 그 전인 금요일 잭슨홀에서 버냉키 연준의장이 이에 대한 힌트를 공개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9월에 QE3가 안 나오더라도 여기서 조금 매파적인 입장을 드러낸다면 한번 완충작용을 할 기회가 있겠지만 반대로 이번 연설에서는 희망적으로 이야기했다가 9월 FOMC에서 QE3를 안 내놓는다고 할 경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우리나라 증시 개장상황을 생각해보자. MSCI 한국지수를 보면 지난 금요일 미 증시 상승폭보다 조금 적다. MSCI 한국지수의 구성비율은 삼성전자가 21.62%, 현대차가 6.3%, 포스코가 4.1%, 기아차가 3.45%, 현대모비스가 3.43%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의 비중이 월등하게 크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이번 배심원 평결에 재료를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대놓고 패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MSCI 한국지수가 소폭으로나마 플러스로 마감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날 MSCI 한국지수는 지난 금요일 우리시장 조정을 후반영했다가 극복한 것으로 보고 오늘 우리 증시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보유비중을 왕창 줄이는 등의 리스크에 대해서는 일단 제한적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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