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국제 금융기사를 보다보면 ‘재정벼랑(Fiscal Cliff)’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나라 살림살이를 뜻하는 재정에다 험한 낭떠러지인 벼랑이 합쳐진 용어로 언뜻 듣기에도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데요. 만년 재정적자국 미국이 과연 재정벼랑이라는 벼랑에 서는 것인지, 그 충격은 어느 정도일지를 놓고서도 말들이 많네요. 이번 주는 김민수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과장이 미국의 재정벼랑에 대해 설명드릴 겁니다.

A. 미국 재정은 항상 적자예요. 특히 2009년 이후엔 3년 연속 1조달러가 넘는 적자를 냈습니다. 우리 돈으로 무려 1100조원이 넘는 규모. 휴…. 아무리 미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라고는 하지만 어마어마하죠. 이처럼 재정적자가 계속 쌓이면 초강대국 미국이라도 버티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도 나름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에요. 핵심은 간단해요. 덜 쓰겠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정부지출을 줄일 경우 가뜩이나 회생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제에 또 다른 주름살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지출확대를 중심으로 경제를 재건해왔는데 말이죠. ‘재정벼랑’이라는 말도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거죠. 재정건전성을 위해 지출을 줄이면 미국 경제가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재정 어떻기에

미국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적자를 이어 왔죠. 어떻게 보면 매년 ‘빚잔치’를 해 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했고 중국과 일본이 그 중에 많은 국채를 사갔어요. 왜 중국과 미국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워주는지에 대해서는 복잡다단한 국제적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긴 얘기인 만큼 이 정도로 해두죠.

재정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점점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정부부채도 급격하게 늘고 있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02.7%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지역(유로화 사용 17개국) 평균(95.1%)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재정지출 축소에 대한 걱정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재정건전화방안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재정적자는 약 4870억달러(명목GDP 대비 약 3.3%)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어요. 세부방안별로 살펴보면 더 이상 세금을 깎아주지 않으면서 늘어나는 세수가 3750억달러로 가장 큽니다. 긴급실업수당 지급 종료를 포함한 각종 재정지출 축소가 1120억 달러에 이르죠. 하지만 재정지출을 줄여 경기가 위축되면 세수가 줄고 실업수당 지급 등 정부지출도 늘어나 재정건전화정책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죠.

CBO는 재정긴축안 시행으로 인해 내년도 미 경제성장률이 시행 전에 비해 2.2%포인트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죠. 또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5%로 전망했습니다. 재정벼랑으로 인해 경제가 역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죠.

◆재정벼랑 우리나라에도 영향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이와 관련해 의회가 올 연말까지 재정벼랑과 관련한 새로운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재정벼랑 때문에 미국 경제의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죠. 만일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전 세계적으로 여파가 미칠 겁니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3%(2011년 GDP 기준)나 되기 때문이죠.

한국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2011년 기준)로 중국 다음이에요. 또 미국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 우리 수출은 또다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민주·공화당 타협 이뤄질까

이같이 큰 문제가 예상된다면 왜 미리 재정벼랑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이 때문입니다. 양당은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감축하되 재정벼랑은 막아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죠. 하지만 정치적 견해차가 커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사회보장지출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부유층의 감세를 폐지해 세금을 인상하자는 쪽이에요. 반면 공화당은 의료 보조금 지급 등 사회보장 지출을 대폭 줄이는 대신 세금에 대해서는 오히려 세율 인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입장이죠.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연말로 예정된 미국의 대통령선거 때문입니다. 대통령선거에서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책임논란, 재정건전화 방안과 관련한 이슈들이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양당은 재정벼랑의 악영향을 우려해 2013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오는 10월부터 6개월간 재정지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임시지출 법안에 합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9월 중 의회에서 통과될 예정으로 내년 초로 예정된 재정건전화 방안을 3개월 정도 미루면서 문제해결에 필요한 시간을 번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어때요? 복잡하죠. 하지만 앞으로 국내외 재정관련 뉴스를 눈여겨보면 좀더 입체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상품. 우리말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라 한다.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시장은 개인들의 신용등급에 따라 프라임, 알트-에이, 서브프라임 등 3종류의 대출이 있다.

재정수지

정부가 걷어들이는 재정의 수입(세입)과 지출(세출)의 차이. 수입이 지출보다 많으면 재정흑자, 반대로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재정적자다. 정부는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 빚을 진다. 재정수지는 계산에 포함되는 항목에 따라 통합재정수지, 운영재정수지, 기초재정수지 등으로 나뉜다.

정부부채

개인이 은행에 빚을 지듯 정부가 빌려다 쓴 돈을 말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채무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상 정부차관을 포함한 차입금, 국채, 국고채무부담행위를 말한다. 국고채무부담행위는 수년에 걸친 외국인 고용계약, 토지임차계약 등 예산 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한 것을 의미한다.

김민수 <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과장 >

■ 독자퀴즈

미국은 내년 초 대규모 재정건전화 방안 시행이 예정돼 있습니다. 만일 그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 경제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이 같은 대규모 재정건전화 방안을 부정적으로 비유해 무엇이라 하나요?

(1) 재정절벽 (2) 통화절벽 (3) 재정적자 (4) 재정쇼크 (5)재정승수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

제공 :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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