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어난 아이 100명 가운데 2.1명은 ‘혼외(婚外) 출생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연간 5000명을 넘어서면서 증가세를 거듭, 이제 1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제 이들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저출산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남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지난해 9959명으로 전년보다 3.3%(320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낸 1981년 이후 가장 많았다. 1994년 9000명을 웃돌던 혼외 출생아는 1997년 4196명으로 바닥을 찍더니 2003년 이후 9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출생아에서 혼외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2002년 1%, 2010년 2%를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엔 2.11%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동거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불법 낙태를 줄이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혼외 출생아 증가는 대다수 선진국이 겪은 현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혼외 출산율은 1980년 11%대에서 2009년 36.3%로 높아졌다. 프랑스(52.6%) 스웨덴(54.7%) 아이슬란드(64.1%)는 출생아 과반수가 혼외 관계에서 태어났고, 영국(45.4%) 네덜란드(41.2%) 독일(32.1%) 등도 혼외 출산율이 높았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수적인 사회 풍토에서 많은 미혼모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취업이나 일상 경제활동에서도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혼외 출산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고 편견 또한 깊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출산율이 OECD 국가 꼴찌 수준인 상황에서 혼외 출산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있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 선진국들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결혼율이 낮아졌지만 출산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동거 형태의 가정이 증가하고 가정 안에서 성 역할 재정립으로 혼외 출산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출산 위기에 처했던 프랑스는 혼외 출생아에 대해서도 양육비 지원 등 동등한 사회보장 장치를 마련, 출산율을 유럽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