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선수에서 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추성훈 선수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의 ‘의외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피와 땀이 난무하는 거친 격투를 하는 선수답지 않게 수줍은 웃음을 가지고 있고 또한 우람하고 건장한 근육을 가졌지만 ‘마초’스럽지 않은 그의 모습들은 격투기 선수라고 하면 떠올리게 마련인 ‘거칠다’, ‘무섭다’ 등의 선입견들을 훌훌 떨쳐버리게 했다.

실제로 지난 5~7월에 방송된 SBS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정글의 법칙2’에서 그의 이런 의외성은 더욱 두드러졌다. 기존에 족장 역할을 하던 개그맨 김병만에 필적하는 카리스마적 존재로 프로그램에 투입된 그는 남태평양에 있는 ‘바누아투’에서 정글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또 한 번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사실 섭외 받을 때까지 ‘정글의 법칙’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몰랐어요. 일본에서는 ‘정글의 법칙’을 볼 수 없거든요. 그래서 섭외를 받고도 정말 내가 그곳에 가게 될 것이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유도를 해 왔던지라 합숙 훈련을 많이 해서 정작 낯선 이들과 장기간 함께 생활하며 출연하는 데 큰 부담감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정글의 법칙, 정글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것이죠.(웃음)” 남보다 먼저 거칠고 험한 일을 자처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바닷가로 밀려온 어린 거북들을 바다로 되돌려 보내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등의 모습들이나, 동생들과 여성 멤버를 배려하고 힘이 되어 주려고 애쓰는 모습들은 그의 남성다운 모습 아래 감춰진 인간적인 매력들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해 준 대목들이었다.

“글쎄요, 그런 모습들이 특별한가요? 제 생각엔 힘이란 건 원래 약자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고 또 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최선을 다하다가 힘에 부친다면 도우면서 함께 가야죠.” 여성을 돕고 약자를 돕는 것은 그에게는 당연한 삶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삶의 원칙이 정글에서 빛을 발한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정글의 법칙은 다른 방송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남긴 것 같아요. 정글에서의 생활을 통해 제 삶 자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좋은 친구, 좋은 동생들도 얻고 시청자들의 사랑도 얻었으니까요.”

사실 ‘정글의 법칙’이 끝난 후 그는 본업인 격투기 선수로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열리는 이종 종합 격투기 UFC 경기를 앞두고 연습 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말았다. “많은 팬들이 걱정해 주신 덕분에 수술을 잘 받았어요. 현재 계속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으니 곧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십자인대를 치료 중이지만 그는 여전히 활기차다. 부상을 핑계 대고 마음 편히 쉴 짬이 없다. 방송인으로서 그를 찾는 곳도 많고 또 사업가로서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 김치 사업·다문화가정 돕기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

“제가 작년부터 김치 사업을 시작했거든요.” 지난해 11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추성훈의 수국김치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김치 사업을 시작했다. 그 자신이 직접 김치 개발뿐만 아니라 브랜드 네이밍과 CI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수국김치’는 우리 김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수국차를 우려 담근 김치다. 수국차는 천연적인 단맛이 있는 무카페인·무가당·무칼로리 감미차로 이 수국차를 우려 만든 덕분에 ‘수국김치’는 설탕이나 과당 등의 다른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아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쉽게 시어지지 않는 데다 무르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저와 김치 사업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하는데, 제게는 남다른 애착이 있는 사업입니다. 김치는 가장 한국적이면서 또한 없어서는 안 될 건강식품이잖아요. 저는 제 자신의 건강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김치를 알리고 싶습니다.” 그의 소망은 ‘기무치’가 아닌 ‘김치’를 알리는 것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국의 ‘김치’말이다.

“현재 특허 받은 수국김치로 일본 수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는 동남아 등지에도 수출할 예정이에요.” 그는 또 김치 사업과 함께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 시작했다. 바로 다문화가정 후원이다. “사실 저는 ‘다문화’란 단어 자체를 몰랐어요. 일본에는 없는 단어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다문화가정을 알게 됐고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됐어요.”

그가 다문화가정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생후 9개월 된 딸 ‘사랑이’ 때문이다. 2009년 일본의 톱모델 야노 시호와 결혼 후 2년 만에 얻게 된 딸 ‘사랑이’에 대한 그의 애틋한 마음은 이미 ‘정글의 법칙’ 방송 중에도 나타난 바 있다. 딸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영상 편지까지 보내며 이른바 ‘딸바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던 것이다.

“우리 사랑이도 결국 다문화가정의 아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다문화가정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이미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인 만큼 우리가 조금 더 끌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김치 사업을 시작하며 ‘함께 사는 세상, 가족’이란 이름의 다문화가정 돕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작년 12월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시 수익금으로 다문화가정 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했다. “이 소식을 듣고 부산에서 연락이 왔어요. 부산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음악 지원 사업을 해주는 단체인데요, 아이들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데 와서 기쁘게 동참해 달라더군요.”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그 청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에게 부산은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어서 이번 행사는 더욱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 부산에 방문하는 김에 유도 선수 시절부터 사랑해 주신 팬클럽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도 만들었어요. 늘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인 만큼 더욱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웃음)” 유도 선수에서 격투기 선수로, 또 방송인으로, 사업가로, 추성훈 선수는 지금까지 계속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결국 정글에서 살아남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모험과 도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줄곧 그렇게 살아왔다. 당당하고 거침없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제가 잘할 수 있고 또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할 겁니다.” 방송 ‘정글의 법칙’은 그의 도전 의식이 잘 나타난 프로그램이었다. 매회 뜨거운 땀방울과 함께 척박한 상황을 극복해 가는 모습은 결국 현실의 그가 도전하고 성취해 나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도전들은 그에게 의외성을 가져다주지만 또한 남다른 개성을 부여한다. 꿈꾸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과 도전 의식은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여러분도 자신의 꿈에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누군가는 그 도전을 통해 힘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박수와 격려를 보낼 겁니다. 바로 제게 그랬던 것처럼요. 제가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여러분들이 주신 응원과 사랑 덕분이죠.”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