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41년前 금본위제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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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치 하락 막고 작은 정부 실현…대선 공약으로
버냉키 "엄청난 金 필요할 텐데…" 실현 가능성 낮아
버냉키 "엄청난 金 필요할 텐데…" 실현 가능성 낮아
미국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금본위제’ 복귀를 내걸었다. 정부 내에 금본위제를 논의하는 ‘금본위제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정강정책 초안을 마련했다. 대선 공약으로 사용될 이 초안은 오는 27~30일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확정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화당은 중앙은행(Fed)이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정강에 포함시켰다.
○레이건 정부 이후 재논란
미국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며 ‘금태환 중지 선언’을 한 이후 금본위제를 폐지했다. 공화당이 41년 전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달러 가치 안정과 연방정부의 권한 축소 등을 외치며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측은 공화당의 금본위제 복귀에 대해 “미국 경제를 뒤로 후퇴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이 문제가 대선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본위제 복귀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었던 론 폴 연방하원 의원(텍사스)이 지난해 8월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보수 원칙론자로 알려진 폴 의원은 Fed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정책위원장인 마샤 블랙번 하원 의원(테네시)은 그러나 “폴 의원을 달래기 위해 금본위제 위원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당내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학계 등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금 공급량이 절대 부족해 금본위제 도입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벤 버냉키 Fed 의장도 “금본위제로 돌아가려면 엄청난 양의 금이 필요하다”며 “금본위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제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금본위제 복귀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1년 레이건 정부 당시에도 검토작업을 벌였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산했다.
○“달러 가치를 지켜라”
공화당이 30여년 만에 금본위제 논의를 다시 꺼낸 것은 것은 두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다. 금본위제를 도입하면 지금처럼 Fed가 무한정 달러를 찍어낼 수 없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의 감소’를 막을 수 있다는 것. 부유층을 대변하는 공화당 정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정치적으로는 연방정부의 권한 축소, 즉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보수당 철학과 맞닿아 있다. 정부의 방만한 지출은 의회에서 견제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이 마음대로 돈을 찍어내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차현진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장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하는 금본위제 카드를 공화당이 다시 꺼내든 것은 보수층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FT는 “최근 몇 년간 Fed의 대규모 통화 공급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금값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고 보도했다. 금본위제 논의가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 금본위제
금과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해 금 보유액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제도. 1800년대 초부터 대부분의 산업국가들이 금본위제하에서 통화를 발행했다.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면서 유동성 부족 문제가 발생하자 1930년대 초 영국과 미국을 선두로 금본위제를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