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원전 1호기가 지난 23일 오후 원인 모를 고장으로 멈춘 데 이어 24일에는 50만㎾급 보령 화력 2호기가 갑작스러운 전압 강하로 오전 한때 1시간 이상 가동을 중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령 2호기 가동 중단과 관련해 지식경제부 등 전력당국은 어떤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아 주먹구구식 전력 시스템 관리가 또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특히 올 들어 6건의 고장 및 가동 중지 사태를 일으킨 한국수력원자력은 총체적 관리 부실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조직 개편 시급

최근 한 달 새 원전 3기와 화력발전 1기가 잇달아 고장을 일으키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보령화력 2호기가 이날 오전 9시21분 전압 강하로 발전을 중지했다. 1시간16분여가 지난 오전 10시37분에야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정확한 고장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영광 6호기가 지난달 30일 냉각제 펌프 고장으로 멈춘 데 이어 최근 1주일 동안 신월성 1호기와 울진 1호기 등 100만㎾급 원전이 차례대로 고장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원전 등 발전소 고장의 가장 큰 이유는 부품 결함이다. 지난 2월 전력공급 중단 사고가 발생한 고리 1호기는 비상디젤발전기 내 솔레노이드 밸브가 문제를 일으켰다. 영광 6호기와 신월성 1호기도 전압 조정 부품과 제어봉 계통 부품 결함이 각각 고장 원인이었다. 원전을 구성하는 200만개 부품 중 1개라도 이상을 일으키면 원전은 자동 정지된다.

고리 1호기 사고 이후 검찰 수사로 드러난 한수원의 납품 비리 관행이 이 같은 부품 결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지난달 규격에 맞지 않는 부품을 사용하게 해주거나, 금품을 받고 납품 편의를 봐준 한수원 직원 22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현 상태로는 원전 가동 중단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시행착오를 겪은 한수원이 원전 부품 조달 및 관리를 얼마나 투명하게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전업계 일각에선 한수원의 조직개편과 인사쇄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월 이후가 더 걱정

대형 발전소의 고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잦은 비로 기온이 예년 수준을 밑돌면서 우려했던 전력 부족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24일 오후 3~4시 사이 예비전력은 1000만㎾를 넘으며 예비율이 17%대를 웃돌았다. 문제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는 다음달 초다.

신월성 1호기, 울진 1호기처럼 원전이 언제 또 멈춰설지 안심할 수 없는 데다 예방정비를 건너뛰며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화력발전이 보령 2호기처럼 불시 정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9기의 화력발전소가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예방정비를 10월 이후로 미뤄 놓은 상태다.

수요 관리 후 예비전력이 200만㎾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100만㎾급 원전 1~2기가 동시에 멈추면 작년 9·15 정전대란과 같은 순환 정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전력난은 신고리 3·4호기 등 신규 원전이 발전하는 2014년까지 연중 이어질 전망”이라며 “여름을 넘기면서 쌓인 각 발전소의 과부하가 올가을과 겨울에 다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정호/조미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