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지역 최전방을 지키는 육군 1사단 육탄연대 백학대대의 한 GOP 소초 옆에는 여군 전용 단독 생활관이 있다. 전군 최초로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여군들을 위해 사단에서 최근 마련한 숙소다. 지난 6월 GOP 근무에 투입된 뒤 여군 하사 3명과 함께 기거 중인 대대 정보과장 김영식 대위(27·여군 53기)는 “여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군인이라고 여기면 어떤 임무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GOP대대에서 근무하는 여군은 1사단 도라대대 3명, 5사단 철권대대 2명, 25사단 자즐보대대 2명 등이다. 이들은 기동순찰부터 5분 전투대기조까지 남군과 똑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여군들이 꾸준히 늘면서 남군 일변도의 병영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장교와 부사관을 합쳐 4.4%인 여군 비중을 장교는 2015년 7%까지, 부사관은 2017년 5%까지 각각 높일 계획이다. 반면 간호장교에서는 처음으로 남군이 배출됐고 다문화가정 출신의 부사관들도 나온다. 군 자원의 다양성이 늘면서 전투력 상승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석 입학생부터 고속정장까지

해군에서는 여성 해상지휘관 시대가 열렸다. 1999년 해군사관학교에 여생도 20명이 입교한 뒤 10여년 만이다. 해군은 지난 6월 이소정 대위(29·해사 60기) 등 여군 장교 4명을 참수리급 고속정 정장으로 임명했다. 40㎜ 함포, K-6 중기관총, 대잠폭뢰 등으로 무장한 참수리 고속정은 1·2차 연평해전의 주역이다. 해군은 고속정장을 거친 여군에 대해 장기적으로 수상함의 함장을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의 장성’을 꿈꾸며 사관학교에서 땀을 흘리는 여자 생도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해군사관학교 신입생(70기·160명) 중에서 중학교 때부터 해군 장교를 희망했던 조하영 씨가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지난 2월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윤가희 소위(24)는 육군사관학교가 여자 생도 모집을 시작한 1998년 이래 여 생도로는 처음으로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윤 소위는 “국방 정보력 발전과 전투형 강군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군대는 물론 기업에서도 여군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 제과, 백화점, 홈쇼핑 등 11개 계열사에서 여군 장교 출신 21명을 특별채용했다.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뽑은 여군 전역장교들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남자 간호생도도 배출

간호사관학교는 지난 1월 처음으로 남자 생도(56기) 8명을 선발했다. 생도대장 박계화 대령은 “첫 남생도 입학에 따라 분대편성과 훈육지도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력의 소지자들이 장교로 임관하는 경우가 늘면서 군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임관한 공군 학사사관후보생(128기) 중에선 공인회계사 5명, 약사 2명, 교원 자격자 72명 등 전문 인력들이 다수 포함됐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다문화가정 부사관도 탄생한다. 우리 군도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7월 육군훈련소를 수료한 다문화가정 훈련병 2명은 조만간 부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육군 하사로 임관한다. 현재 다문화가정 병사들은 육·해·공군에서 2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윤원식 국방부 공보과장(대령)은 “군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고 있다”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군 자원들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국방력 증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