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에 있는 락앤락(회장 김준일) 직영매장. 막 점심식사를 끝낸 락앤락 직원들이 복귀하나 싶었는데 이내 매장 진열대에서 제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삼삼오오 매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락앤락 직원들이 아닌 인근에서 일하는 주부 직장인들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서초동에 사는 김민정 씨(35)는 “9월 초 이사를 가야 한다”며 “수납함도 고르고 추석이 얼마 안 남아 주방용품도 새로 살 겸 짬을 내 들렀다”고 전했다.

이사와 결혼, 추석이 몰려 있는 9월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방생활용품업계가 이런 고객들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착한 가격’에 실속까지 차린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고객 유혹에 나섰다.

락앤락 관계자는 “3분기 매출 비중이 1년의 30%를 차지하는데 7~8월 휴가철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9월 한 달이 3분기 농사를 좌우하는 셈”이라며 “불황인 만큼 이번 가을엔 실속 있는 제품들로 승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 락앤락은 이달 31일 CJ홈쇼핑을 통해 DIY(Do It Yourself) 수납가구 ‘스마트큐빅’을 새롭게 론칭하며 성수기 마케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큐브들로 구성된 이 제품은 크기와 용도에 따라 100여가지 형태로 자유롭게 조합,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락앤락 상품개발본부 류미순 부장은 “아무리 좋은 가구도 이사 가면 공간 등의 제약으로 못 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스마트큐빅은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며 “이사와 추석을 겨냥해 방송 일정을 이달 말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속이 보이는 투명한 플라스틱 밀폐용기 ‘비스프리 선물세트’도 할인점, 직가맹점,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유리 밀폐용기 ‘글라스락’을 만드는 삼광유리는 제품에 ‘가을’을 입히기로 했다. 가을과 겨울을 맞아 주방용품 브랜드 ‘셰프토프’의 모든 제품을 따뜻한 느낌의 색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제품 전체 색상을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석에 특히 수요가 집중되는 접시형 제품인 ‘글라스락 플러스’는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혼부부를 겨냥한, 각종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건강한’ 혼수세트도 준비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톡톡 튀는 디자인의 주방용품으로 유명한 네오플램은 대형 프라이팬을 준비했다. 지름 34㎝의 프라이팬으로 추석을 앞둔 주부들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가 국내에 30㎝가 넘는 프라이팬을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 추석 선물세트 이벤트를 비롯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