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대기업…2010년 이후 해외투자 300억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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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기업들 해외투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 등 美·中에 집중
국내는 투자 규제에 '경제민주화'까지 겹쳐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 등 美·中에 집중
국내는 투자 규제에 '경제민주화'까지 겹쳐
국내 대기업들이 2010년 이후 결정한 해외투자 금액이 3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을 제외하면 민간 부문, 특히 제조업 분야의 해외투자가 단기간에 이처럼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과감한 투자 확대와 공격적인 시장 개척으로 극복한 한국 기업들이 유럽 재정위기 여파 속에서도 ‘글로벌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중국에 전방위 투자
22일 경제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발표된 주요 대기업들의 해외투자 금액은 300억달러 규모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4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들어가는 고성능 모바일용 칩 수요가 증가하는 데 맞춰 메모리반도체 라인을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하는 투자다.
앞서 GS글로벌은 3억1000만달러를 투입해 미국 오클라호마에 있는 네마하 광구 지분 20%를 인수했다. LG화학도 2013년까지 3억달러를 들여 미국 홀랜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중국 투자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LG화학이 2013년까지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3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ABS(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쓰이는 내·외장재) 공장을 짓기로 한 뒤 올 들어 다른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 위해 7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해외 반도체 라인에 투자하는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그 다음달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30억달러 안팎을 각각 중국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돈으로 삼성과 LG는 각각 쑤저우와 광저우에 8세대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짓기로 하고 착공식을 가졌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중국 투자 대열에 가세했다. 현대차가 베이징과 허페이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데 이어 기아차도 6월 장쑤성 옌청시에 중국 3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떴다. 약 12억달러가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다. 이들 기업은 인건비나 물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적의 입지 조건을 내세우는 국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떠나는 기업 어떻게 잡나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해외 진출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와 고용 부진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경제를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투자와 출자가 서로 다르다고 하면서 출자총액 규제와 순환출자 규제 도입을 외치고 이중 삼중의 그물망 규제로 기업들을 옥죄는 척박한 국내 투자환경을 다시 한번 재점검해야 할 때”(김종석 홍익대 교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35조원은 지난해 중앙정부 예산(309조원)의 1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반기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가 연일 입씨름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큰 금액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말로만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외칠 뿐, 실제로는 성공한 기업들의 성과를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불만이다. 집권 여당조차 대선 국면을 맞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일감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규제’ ‘금융·산업 분리’ 등과 같은 새로운 규제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드라이브와 노사관계 불안 등으로 국내 투자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기업들을 붙잡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김대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