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특성화 학과를 잇따라 개설하며 대학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부실대학 퇴출 등으로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화 전략을 펴고 있는 것. 대학들은 기업과 연계한 인턴십 및 취업 알선, 장학금 혜택 등을 내세워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융복합과 특화 전략

중앙대는 내년에 정원 100명으로 에너지시스템공학부을 개설키로 하고 올해 수시부터 신입생 모집에 나섰다. 재단인 두산그룹과 연계한 특성화 학부로 육성하려는 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원자력, 발전, 전력 시스템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낸다는 목표다. 첨단 신형 원전, 담수생산, 복합발전 등 열에너지 이용과 전력설비 운영에 필요한 복합적인 공학 교육을 실시하며 특화 전공으로 원자력, 발전기계, 발전전기 전공을 개설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등 기업과 연계한 산학협동 과정과 인턴십도 제공된다.

건국대는 최근 서울캠퍼스 단과대학별로 흩어져 있던 바이오 관련 학과를 통합해 ‘생명특성화대학’을 신설하고 기존 동물생명과학대학, 생명환경과학대학 등과 함께 3개 단과대학 12개 전공을 묶는 ‘생명과학대(大)학부’ 체제로 재편했다. 또 바이오산업공학과, 생명자원식품공학과, 보건환경과학과, 녹지환경계획학과, 유기나노시스템공학과 등 5개 융합 학과를 신설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강한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를 산업 변화에 맞게 강화하면서 나노·환경 분야 학과를 신설하는 등 미래 학문 수요와 사회 흐름에 맞게 학제 개편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취업에 유리한 학과 신설

대학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학문을 강조하고 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보험계리학과를 신설해 2013학년도부터 30명을 선발한다. 보험계리사는 보험료 산정과 보험계약 등에 대한 계산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전문직이다. 한양대는 각종 통계과목을 기초로 보험 업무에 응용하고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보험계리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오창수 교수는 “고령화와 연금보험 등의 성장에 맞춰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글로컬(GLOCAL)캠퍼스도 경찰학과, 다이나믹미디어학과, 영상디자인전공, 영어학과관세물류전공 등 5개 학과를 신설했다. 대부분 복수전공을 해야 하는 등 취업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국대는 해병대사령부와 연계해 ‘해병대군사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수시와 정시에서 30명을 뽑기로 했다. 각종 군사학 관련 전공 교육을 통해 전문 장교인력을 육성할 방침이다. 졸업 후에는 소위로 임관해 7년간 해병대 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이 밖에 동의대와 상지대는 물리치료학과, 전북대는 국제학부와 농산업학과 등을 새로 만들었다.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

대학들은 특성화 학과를 대학의 ‘대표주자’로 내세우기 위해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가천대는 경영대를 신설하고 ‘글로벌경영학트랙’을 특성화하기로 했다. 재무금융전공과 HMR(인사관리)전공, 마케팅전공분야로 특화교육을 실시하며 성적에 따라 1~4년 장학금을 준다. 해외 명문대학 MBA 또는 석·박사과정 진학시 최대 3년까지 매년 3만달러를 지원하고 현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가천대에서 교수직 또는 전문직 채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길여 총장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품학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석·박사과정으로 의학·생물학·정보기술을 결합한 ‘맞춤의료학과’를 신설했다. 내년부터 5명 안팎의 신입생을 모집하며 입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와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도 최대 4년간 등록금 전액 면제 혜택이 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신설학과는 대학의 지원이 많고 미래에 수요가 많은 직군에 진출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자신의 적성과 희망 진로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