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생산라인 점거를 시도하고, 노사 협상장까지 봉쇄하다니….”

2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김모씨(56)는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노조가 울산 1공장 검거를 시도하며 회사 측과 물리적 충돌을 벌이자 “도대체 회사를 어떻게 만들겠다는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에 대한 바람은 이해하지만 생산현장을 타격하고, 정규직 노사협상까지 가로막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협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원 400여명은 지난 20일 낮 사내 하도급 근로자 6800여명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노사협상장을 2시간여 동안 육탄 봉쇄한 데 이어 이날 밤 울산1공장 점거를 시도하다 회사 측과 정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끝부분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이 3m가량의 죽창을 들고 폭력시위를 벌여 회사 관리자 및 보안요원 20여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비정규직 노조의 이 같은 불법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울산공장이 통제불능 사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6일 밤에는 출입이 금지돼 있는 비정규직 해고 노조원 20여명이 울산공장 외벽에 설치된 보안철조망을 대형 절단기로 끊고 밧줄을 타고 공장에 침입해 불법 생산라인 점거시도와 협상장 봉쇄를 주도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는 2010년에도 울산1공장을 25일 동안 불법 점거해 3200여억원의 손실을 회사 측에 입혔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날 죽창 폭력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가 사내 하도급 근로자 3000여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화하겠다는 제시안에 대해 “모든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몰아세우며 노사 양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사태가 올해 임금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 측은 비정규직노조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노조 개별적 소송결과에 따라 처리할 문제”라면서도 자칫 이번 사태가 12월 대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아산·전주공장 비정규 노조원들이 울산공장에 속속 집결한 데 이어 민노총과 금속노조도 전면투쟁 지원을 선언한 상태다. 정규직 노조도 여름휴가를 넘어 4개월째 계속된 노사협상이 이번 사태로 장기화할 경우 현장 정규직 노조원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될 것을 우려, 이날 비정규직 노조와 간담회를 갖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이날도 부분파업에 들어가 회사는 노사협상 이후 지금까지 총 5만5875대, 1조1615억원의 생산차질을 입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