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전은 이미 1년 전부터 달아올랐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집권 탈환을 노린 공화당은 작년 말부터 후보 7명이 출사표를 던지며 경선에 뛰어들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혹독한 검증은 사실상 올초부터 본격화됐다.

이 가운데 허먼 케인 전 갓파더스 피자 최고경영자(CEO)가 성추문 의혹으로 중도탈락했고, 남은 6명이 지난 1월3일부터 시작된 공식 경선레이스에 참가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경선전은 2월 말까지만 해도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3명이 엎치락뒤치락했으나 3월부터는 사실상 미트 롬니로 대세가 굳어졌다.

미 전역을 돌며 치러진 경선 과정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누가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할 수 있는지, 어느 후보가 민주당에 맞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롬니는 이미 5월 말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며 8월 전당대회를 3개월 앞두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다.

이때부터 공화당 롬니 후보와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감세 등 경제 현안에서부터 낙태 이민 등 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고 치열한 대결을 벌여왔다.

구재회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는 “최소 1년 전부터 특정 후보를 놓고 같은 당내 정파끼리도 수차례 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후보 입장에서도 그만큼 집권을 준비할 기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대선은 투표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대선 판세는커녕 후보군조차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 치러지는 여야 대선 후보 경선전 역시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여당은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들러리라는 점에서, 야당은 아직도 공식 출마 여부를 미루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라는 유력 잠재 후보 그늘에 가려 이른바 ‘2부리그’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관심 밖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이고 공약이고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한국 대선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변종 선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당대회만 하더라도 단순히 후보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 후보군끼리 경쟁하면서 당의 정체성과 강령을 놓고 치열한 내부 토론과 협상을 거쳐 당의 공약을 만들어내는 정치과정”이라며 “우리는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