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머니 게임’이다. 언론들이 수시로 후보 측의 기부금 모집 규모를 비교하면서 판세를 점칠 정도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선거비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이번 선거부터 기부금까지 사실상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 후원금을 전달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인 ‘정치위원회(PAC·Political Action Committee)’와 별도로 2010년부터 ‘슈퍼팩(Super PAC)’ 활동이 합법화되면서다. 슈퍼팩은 특정 정당 및 후보를 집적 지원하지는 못하지만 광고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비판할 수 있다. 일종의 외곽조직이다.

일반 팩(PAC)은 기부한도(개인 연간 5000달러)가 있지만 슈퍼팩은 없다. 기업이나 이익단체, 노조 등도 기부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재벌인 샌즈그룹의 셸던 아델슨 회장 부부는 공화당 측 슈퍼팩에 36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백만장자들도 이름을 걸고 돈을 댄다.

작년부터 올 6월까지 슈퍼팩에 몰린 자금은 2억달러 규모다. 이번 대선이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광고전’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현금인출기(ATM)나 다름없는 슈퍼팩 탓이다. 연방선관위에 등록된 일반 팩과 슈퍼팩은 4000여개에 이른다.

물론 미국도 한국처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08년 대선 때 후보 1인당 8500만달러가 배정됐다. 국고지원을 받으면 이 한도 내에서 지출해야 한다. 당시 자금에서 우위를 보였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국고보조를 받지 않았지만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지원을 받았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선거공영제에 따라 선거비용의 국고지원이 원칙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후보를 정한 정당에 선거보조금(올해 새누리당 약 163억원, 민주당 약 152억원 추정)을 지급하고 선거 결과 유효득표율에 따라 법정선거비용 한도(올해 559억7700만원)까지 정산해준다. 선관위에 등록된 후원회를 통해 기부금을 받을 수 있지만 대상과 한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법인과 단체는 금지돼 있고 개인은 연간 2000만원(후보당 1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실세들이 불법 대선자금 비리로 교도소 담장을 넘나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