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는 긴장되는 일이죠. 작업실 안에 있는 사물마다 사연이 묻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더 직접적이고 솔직한 관람객의 반응을 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화가 이원희)

화가들에게 아틀리에는 삶의 터전이자 작품의 탄생 공간이다. 자유로운 발상이 움트고, 새로운 미학을 창조하는 ‘꿈의 공장’이기도 하다. 화가들의 작업 현장에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가나아트갤러리(대표 이옥경)의 창작 지원 공간인 ‘가나 아틀리에’ 입주 작가 62명의 작품 120여점을 모은 ‘힐링 캠프’전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26일까지)와 경기도 장흥아트파크(9월2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에서는 20~50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의 오늘을 조망할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 스펙트럼 한눈에

전시회에는 ‘평창 아틀리에’ 입주 작가인 이원희 박항률 이동재 이상현 허준율 임영선 씨 등이 참여했다. 박항률 씨의 ‘새벽’, 이원희 씨의 풍경화 ‘죽변에서’, 도성욱 씨의 ‘컨디션-라이트’, 사진작가 이상현 씨의 ‘뉴욕타임즈’, 이동재 씨의 ‘무제’ 등 다양한 회화 작품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장흥 아틀리에’ 입주 작가인 오수환 권순철 박영남 유선태 권경엽 두민 배주 마리킴 김성호 김태중 강영길 강영민 정해윤 씨 등도 함께했다.

새처럼 기운생동하는 필치로 ‘자유’를 그리는 추상화가 오수환 씨의 방은 유화 물감 냄새로 가득하다. 물감이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은 작가와 방금 작업을 끝내 벽에 건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재불화가 권순철 씨의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실에서는 노동의 흔적이 묻어나는 서민의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배병우 김아타 등 100여명 배출

가나 아틀리에는 신진 및 중견 작가들에게 2년(일부는 3~6개월)간 안정적인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컬렉터와도 연결해주는 창작 지원사업이다. 2002년 평창동에 문을 열었고, 2006년에는 경기도 장흥에 건물 2개 동을 매입해 작업실로 개조했다. 국내 화랑이 운영하는 아틀리에 중 최대 규모다. 그동안 가나 아틀리에를 거쳐간 작가가 100명이 넘는다. 배병우 사석원 이동기 김아타 씨 등 초창기 입주 작가들은 한국 미술계의 중추가 됐다.

가나아트센터는 이들 아틀리에 입주 작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이옥경 대표는 “가나 아틀리에는 무미건조한 산업에 예술의 기운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예술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