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문석 씨(63)는 전북 완주군 신교리의 농지(4400㎡)가 팔리지 않아 올해 초부터 골머리를 앓았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당초 올해 말이면 끝날 예정이어서, 서둘러 처분하지 않으면 세금이 두 배 가량 늘어날 처지였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은 김씨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비사업용 토지에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조치가 내년부터 없어져 기본세율로 부과되는 까닭이다. 세법개정안은 비사업용 토지뿐 아니라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적용하던 양도세 중과 조치도 폐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2012년 세법개정안은 하반기에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은 “양도세 중과 조치가 폐지될 경우 동결된 부동산 거래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대지·농지 세금 크게 줄어

비사업용 토지는 재산증식이나 투기적 성격으로 보유하고 있는 땅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대지를 비롯해 부재지주가 소유한 임야, 농지 등이 대표적이다. 양도세 중과제도는 부동산 투기 차단을 위해 양도차익에 기본세율(6~38%)이 아닌 50~6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치다. 양도세 중과제도는 참여정부 시절 도입됐으나, 2009년부터 유예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기본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한시적인 유예 조치를 넘어 아예 중과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추가로 허용키로 했다. 토지를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10%에서 최대 3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양도차익이 1억원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 30%(10년 이상 보유 토지)일 경우 7000만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올해 토지를 매각하는 것보다 내년에 파는 게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앞서 언급한 최씨의 땅도 1984년 취득한 것이어서 상당한 절세 효과를 얻게 된다. 매입가는 3268만원이고 현 시세인 4억300만원이므로 올해 땅을 판다면 기본세율(38%)을 적용받아 1억2730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는 내년에 매각한다면 총 납부세액은 8234만원으로 줄어든다.

주택 단타 매매 기준 완화 ‘눈길’

두 채 이상의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는 비사업용 토지에 비해 세법개정안에 따른 혜택의 폭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계속 연장된 데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원래 적용되고 있어 내년에 개정세법이 시행되더라도 큰 차이는 없어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1년 미만 주택을 단기 보유하고 되팔 경우 주어지는 특례 조항이다. 내년부터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1년 이내에 매각할 때 기본세율(6~38%)이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투기성 단타 매매를 최소화하기 위해 1년 이내에 팔면 양도차익의 50%, 2년 이내는 40%의 양도세를 각각 부과했다.

예컨대 연내에 8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 뒤 8억5000만원에 판다면 현행 세법 기준으로는 50%의 세율이 적용돼 2610만원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내년에 동일한 주택을 구입해 1년 이내에 팔면 기본세율(24%)에 따라 세금이 679만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15년 이후에도 단타 매매 조건이 현행 기준보다는 완화된다. ‘1년 이내 50%, 2년 이내 40%’로 돼 있는 단기 양도자들에 대한 세율이 ‘1년 이내 40%, 2년 이내 기본세율’로 완화되기 때문이다.

경매시장 최대 수혜

주택의 단타 매매는 경매시장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일반적인 매매시장에 형성되는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어 되팔 때 시세차익(양도차익)이 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양도소득세의 기본세율은 △양도차익 1200만원까지는 6% △4600만원까지 12% △8800만원까지 24% △3억원 이하 35% △3억원 초과 38% 등의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양도차익이 4600만원이라면 기본세율 적용시 양도세는 108만원이다. 1억4600만원짜리 아파트를 경매로 1억원에 낙찰받는다면, 양도세를 내고도 4492만원이 고스란히 남는 셈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