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앞날…소비성향 2003년 이후 최저
이자비용도 10% 증가 月 9만5000원 '부담'
◆고용확대로 저소득층 ‘수혜’
17일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394만2000원으로 11분기 연속 증가했다. 작년 2분기보다는 6.2% 증가한 수치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가계소득의 65%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7.5% 불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가구당 소비지출은 평균 238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소득 증가세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가계지출의 최대 비중(13.7%)을 차지하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1.8%(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 수준(5.9%)을 크게 밑돌았다.
올해 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복지시설 지출이 41.4% 급감한 것도 가계 씀씀이가 줄어든 요인 중의 하나다. 교육비도 유치원비 지원에 따라 11.0% 감소했다. 하지만 가계는 이렇게 ‘굳힌 돈’을 마음껏 쓰기보다는 묶어두는 데 더 집중했다.
◆미래 불안감에 돈 안 써
소득세 등 경상조세(8.8%) 연금(7.7%) 등 비소비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3.2% 늘어난 월평균 72만4000원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이자비용은 9만5000원으로 10.1% 증가, 가계부채 부담이 본격 상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득에서 이들 소비·비소비 지출을 뺀 흑자액은 8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5% 늘었다. 처분가능 소득(소득-비소비지출) 대비 흑자액을 집계한 흑자율은 25.9%로 조사 실시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계의 저축여력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이 100원이라면 26원 가까이 남긴 셈이 된다.
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돈을 덜 썼다는 의미다. 평균 소비성향은 74.1%로 2.3%포인트 하락, 역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돈을 덜 쓰면 내수가 그만큼 힘을 받기 어렵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 아래 가계가 미리 ‘실탄’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소득이 늘어도 주택가격이 떨어지거나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등의 요인으로 소비를 줄이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가계는 선제적으로 지출을 줄이며 대응했다. 실제로 평균 소비성향의 이전 최고치는 2008년 4분기(74.6%)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