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세간의 통념과는 꽤 다른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가가 올라 살기 힘겹고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들이다. 하지만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94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 늘었다. 이 숫자는 2003년 통계 조사 이래 한 해도 줄어든 적이 없다. 가구당 흑자액은 83만3000원으로 17.5% 급증했다. 적자가구 비율(23.5%)이나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4.76배)은 10년래 가장 낮았다. 저소득층인 1분위는 소득(10.1%)과 소비(7.1%) 증가율이 가장 높았을 정도다. 물가가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데다 어찌됐든 일자리도 43만개 늘어난 효과라는 분석이다.

통념과 달리 2분기 전국 가구의 소득과 흑자는 제법 늘었고 양극화는 완화됐다는 게 통계가 보여준 진실이다. 물론 형편이 나빠진 가구들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빠졌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직장인, 주부를 붙잡고 물어봐도 쥐꼬리 월급은 제자리이고 물가가 뛰어 살기 힘들다고 할 것이다.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강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생활형편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고선 좀체 바뀌지 않는다.

잘못된 통념은 대중매체들이 지속적으로 착시와 오류를 주입해온 데도 원인이 있다. 예컨대 2분기 가처분소득이 6.2% 늘고 이자비용이 10.1% 급증한 것을 두고 ‘소득은 늘었지만 빚 갚느라 다 나갔다’고 보도하는 언론도 있을 것이다. 이는 2분기 월 이자비용이 9만5000원으로 가계지출(311만원)의 3.0%에 불과한 기저율(base rate)을 무시한 오류다. 언론은 투명하고 편향 없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못할 때 정부 정책을 비틀고 정치를 광분하게 만든다. 생활의 모든 고단함을 나라 탓, 사회 탓으로 여기게 만드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세상이 천국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옥인 것은 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