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5000프랑의 빚을 갚기 위한 도구는 내 펜밖에 없었다. 탄광에 갖힌 광부가 목숨을 걸고 곡괭이질을 하듯 그렇게 글을 썼다.”

프랑스 ‘근대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오노레 드 발자크는 ‘생계형 소설가’였다. 16세 때 아버지 뜻에 밀려 소르본대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대학을 중퇴, 가출했다. 그의 나이 스무 살. 파리 중심가의 낡은 다락방을 얻어 글쓰기에 들어갔다. <크롬웰> 등 10여편을 내놨지만 첫 반응은 냉랭했다. 설상가상으로 출판업 등의 사업에 잇따라 실패, 빚더미에 앉았다.

1829년에 완성한 <올빼미 당원>이 인기를 끌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다. 나폴레옹을 숭배한 발자크는 스스로를 ‘문학의 나폴레옹’이라고 칭하며 작품을 쏟아냈다. 20년간 쓴 소설이 100여편을 넘었다. 이 중 <고리오 영감> 등 90여편을 묶어 만든 연쇄소설집 <인간희극>은 사실주의 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고통을 겪으세요. 그럼 당신은 위대해질 겁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고통 그 자체였다. 오후 4시에 잠자리에 들고 자정에 일어나 매일 14시간 이상을 글쓰기에 매달렸다. 하루 40여잔의 커피가 이를 가능케 했다.

그의 비상식적인 커피 사랑은 세기의 작가를 낳았지만, 정작 그에게 남은 건 심각한 심장질환이었다. 18년간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던 연인 한스카 부인 곁에서 51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162년 전 오늘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