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정, 학교, 군대, 직장 등 다양한 조직 속에서 살고 있다. 이들 조직에는 대표가 있게 마련이며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나 성과는 대표의 리더십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자신이 속해 있는 여러 모임 중 참석하고 싶은 즐거운 모임이 있는 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불참했던 모임도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불참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리더의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정인 ‘팀워크’에 있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배려와 팀워크’라는 말은 너무 흔해 그 중요성과 영향력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직의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있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바로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KB국민은행장 리더십’의 중심이 된 이 배려와 팀워크는 내가 1976년 6월 육군 제1기갑여단에 입대해 병영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터득한 것들이다. 군 입대 당시는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난 직후여서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회적으로 불안감도 상당했다. 그래서였던지 막 입대한 후임병이 갖게 되는 두려움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분위기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의 상관이었던 김진수 대대장님은 달랐다. 사병들이 대대장실 근처에 가면 늘 초콜릿이나 사탕을 나눠주며 아버지처럼 자애롭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부대원을 지휘할 때는 호랑이 상관으로 변했다. 하루는 병사들이 주번 장교 인솔없이 오합지졸로 아침 구보를 하는 모습이 대대장 눈에 띄었다. 상황을 파악한 대대장님은 전 대대병력을 연병장에 집합시킨 뒤 전날 과음으로 아침점호 행사에 불참한 주번 장교를 본인 앞으로 불러 세운 후 다른 병사들은 뒤돌아 서게 했다. 임무 태만에 대한 질책은 엄히 하면서도 장교가 부하들 앞에서 기합을 받으면 나중에 지휘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군기를 잡으면서도 상급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모습을 보며 리더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금도 나는 항상 질책은 비공개적으로,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려고 한다. 병영생활에서 배웠던 배려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군대에서 배운 또 하나의 리더십은 팀워크였다. 어느 부대나 장교와 사병, 동료 간 팀워크가 중요하겠지만 내가 근무했던 기갑여단에서의 팀워크는 그 자체가 나와 동료의 생사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당시 전차 승무원은 모두 네 명으로 각자 맡은 다른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팀워크를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사소한 실수가 큰 불상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긴장감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소통을 해야만 했고 이를 통해 팀워크를 키워갔다.

군대에서 배운 팀워크에 대한 나의 생각은 절전지훈(折箭之訓, 한 개의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만 여러 개의 화살은 꺾기 힘들다)의 사자성어를 통해 대표되고 있고, 내 리더상(象)의 중심이 되었다.

절전지훈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KB국민은행 임직원들의 팀워크는 전 직원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기업문화로 정착돼 있고, KB국민은행이 대한민국의 대표 은행으로서 그 위상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팀워크는 축구나 야구 등 운동경기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에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팀워크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인적인 일이건 회사 내의 일이건 우리는 항상 어려운 상황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구성원 상호간의 ‘배려와 팀워크’는 이를 해결하고 본인과 조직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