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놔도 약발이 잘 먹히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금 이탈은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위안화 가치 등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핫머니 이탈이 중국 경기부양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핫머니 유출 부작용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중국 시중은행들이 7월 한 달간 외환시장에서 38억위안(약 5억9700만달러)을 순매도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거나 수출업체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지 않았다는 의미다.

최근 10개월간 중국 은행들의 위안화 순매입 규모도 1450억위안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9050억위안에 달했기 때문에 상당수 수출기업이 달러를 그대로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1~10월 은행들의 위안화 순매입 규모가 3조6000억위안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위안화 기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하자 글로벌 핫머니는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힘입어 중국 은행들은 대출을 늘렸고, 자산 가격은 물론 위안화 가치도 올랐다.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었다. 핫머니가 빠져나가자 부동산과 주식은 물론 위안화 가치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경기부양책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통해 총 1조4000억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핫머니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가 이미 경착륙에 접어들었다는 진단도 나왔다. 패트릭 소버넥 중국 칭화대 경영학원 부교수는 “현재 중국 경제성장률이 4~5%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이미 경착륙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中 큰손들도 떠난다

중국 부자들도 자금을 해외로 빼가고 있다. 중국 초상은행이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함께 2600명의 중국 갑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가량이 “이미 중국에서 투자금을 빼내고 있거나 그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자금을 빼 런던과 싱가포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고가 아파트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후룬리포트는 “중국 부자들이 미국 등에 투자하는 등 자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앞으로 1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위안화보다 달러로 보유하려 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허웨이성 씨티은행 외환전략가는 “기업들이 달러를 선호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 위안이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0.7% 하락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