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사상자를 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공사현장 화재 사고의 원인을 놓고 유족 측과 시공사가 대립하고 있다.

14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족 대표 류택상 씨(48)는 “화재가 난 현장에서 우레탄 작업과 용접을 같이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이번 화재는 시공사가 안전하게 현장 관리를 하지 못해 벌어진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지난주 초까지 현장 인부로 근무했다는 류씨는 “지하 3층과 2층에는 안전요원이 한 명밖에 없고 유사시 인원 대피를 위한 비상 유도등도 없었다”며 “지하 공사 현장은 미로처럼 길을 찾기 어려워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유족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김세종 GS건설 상무는 건설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부조사 결과 13일 오전 용접 작업공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고 화재 당일 현장에서 용접 작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충분한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며 안전요원이 부족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유족들의 지적도 일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 2차 현장 감식을 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발화점과 현장 상태 등을 파악하는 한편 당시 근무자와 회사 측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