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41)의 영화 ‘도둑들’의 1000만 관객 돌파가 임박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후 14일까지 970만명을 기록했고, 16일께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해운대’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을 포함하면 사상 여섯 번째다.

흥행의 일등공신은 최동훈 감독 겸 제작자다. 그는 ‘범죄의 재구성’(212만명), ‘타짜’(568만명), ‘전우치’(613만명) 등 세 편의 전작들을 모두 흥행시켰다. 마카오에서 다이아몬드를 탈취하는 범죄자들을 다룬 ‘도둑들’은 기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들과 달리 휴머니즘 적인 요소가 없다는 평가다. 관객들의 취향이 바뀐 것인가, 예외적인 영화인가. 14일 서울 이화동 사무실에서 최 감독을 만났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 같다.

“실감이 안 난다. 개봉 초기 관객 수가 늘어날 땐 대단하다고 봤지만 ‘타짜’스코어를 넘으니까 편안해졌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붕 뜬 기분도 주저앉혔다. 긴 인생에서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너무 도인 같지 않나 하겠지만 사실 날뛸 수만은 없다.”

▷제작자 겸 감독으로서 30억~40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내 흥행작들에서는 남(제작자)들이 돈을 벌었다. 이 영화는 아내(안수현 프로듀서)와 내가 창립한 영화사 케이퍼필름이 제작한 첫 작품이다. 수익이 얼마가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쓸 것이다. 판권을 사서 차기작을 준비해야 한다. 영화는 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는 게임이다.”

▷‘도둑들’의 매력은.

“좋은 상업영화들은 깨달음과 감동, 카타르시스 등을 전해준다. 그러나 ‘도둑들’은 순수하게 재미만을 추구했다. 한국에서는 영화적 재미만 있으면 폄하하는 풍토다. 우리처럼 리얼리즘 문학이 센 나라도 없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왜 인생을 찍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생은 케이크 한 조각과 같다’고 답했다. 인생의 극적인 부분만 보여줄 것이란 의미였다. ‘도둑들’도 이런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범죄의 재구성’‘타짜’ 등 범죄영화를 많이 찍었다. 범죄영화만의 무기라면.

“사람들은 사건이나 사고에 호기심이 많다. 특히 내가 아닌 옆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도둑을 싫어하지만 도둑에 대한 호기심은 있다. 범죄영화는 엿보기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도둑들’은 사람의 본능에 대한 영화다.”

▷휴머니즘적 요소가 없다는 평이다. 관객 취향이 변했다고 한다.

“관객 취향이 완전히 오락적으로 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 좋은 휴머니즘 영화가 나온다면 다시 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다. 2년 반 전에 각본을 쓰기 시작할 때, 지금의 관객 취향을 고려하지 못했다. 나는 순수한 영화적 즐거움과 캐릭터 뽑아내기에 열중했다. 범죄영화는 하위 장르 중에서도 하위 장르여서 취향이 강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과연 상업성을 가질 것인가 고민했다. 이 영화가 10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버터 냄새’가 난다고들 말한다.

“데뷔 때부터 내 영화에 대해 한국인들은 할리우드영화 같다고들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동양적인 영화로 본다. 나는 스스로 ‘하와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령 팹시(김혜수)와 씹던껌(김해숙)이 비올 때 술을 마시며 신세타령하는 신은 한국적이다. 할리우드영화라면 옆길로 새지 않았을 것이다.”

▷중장년층도 많이 왔다.

“우리 아버지는 ‘본격적인 영화’라고 말했다. 한 중년 택시기사는 ‘영화 같다’고 했다. 현대적으로 포장했지만 옛날 영화 같은 고전적인 느낌을 준 것 같다. 나는 ‘다이하드’나 ‘백투더퓨처’ 같은 순수한 오락영화를 모델로 삼아 촬영했지만 중년 관객들은 ‘대탈주’나 ‘황야의 7인’ 정도의 영화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배우들의 파격 변신이 눈에 띈다.

“혜수 씨는 ‘타짜’의 정마담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자로 그렸다. (유쾌한 도둑으로 나온)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 10년 만의 귀환이라 일컬어지지만 사석에서 보니까 정말 유머러스하고 여유가 있었다. 그런 면모를 살린 것이다. 촬영장에서도 그녀의 긍정적 에너지가 큰 영향을 줬다. ‘댄디보이’ 같은 이정재는 속보이는 기회주의자로 연출했다. 영화를 두번 보면 그의 연기가 빛난다. 김해숙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였다. ‘박쥐’에서 눈으로 연기하라는 주문에 가슴이 뛰더라는 말을 듣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봤다. 마카오박 역할은 김윤석만이 할 수 있었다. ‘타짜’의 악역에서 벗어나 새 면모를 보였다.”

서강대 국문과 출신인 최 감독은 감독을 꿈꾸지는 못했다고 한다. 감독은 똑똑하고 장군 같은 사람 몫이라고 본 것. 그러나 그는 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 수업을 받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2004년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했다. 작가가 감독이 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는 이후 ‘스트레스는 내 친구’를 모토로 ‘일벌레’로 살고 있다며 웃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