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을 내놨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메이저 업체들의 실적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나온 저가 발주 물량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된 탓이다. 실적 악화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조선사들은 올 들어서도 계속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몇 년 뒤에는 일감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달러박스 조선업계 휘청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지난 2분기 매출 13조7004억원에 영업이익 3585억원을 올렸다고 13일 발표했다. 작년 2분기에 비해 매출은 2.3%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65.2% 감소했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은 1조303억원이었다. 매출은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것은 2009년 이후의 저가 수주 물량이 반영된 것이 결정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8년까지는 호황으로 고가 수주가 많았지만 이후 선가가 내려가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실적이 나빠진 것도 컸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좋지 않은 실적을 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3조3524억원, 영업이익은 2643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출은 작년 2분기보다 6.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1% 줄었다. 전분기(3369억원)에 비해서도 영업이익이 21.5% 감소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분기에는 1분기처럼 해양프로젝트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대금 입금 등 일회성 요인도 없었다”며 “그나마 수익성이 괜찮은 드릴십 수주가 많아 경쟁사보다는 선방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대우조선해양도 매출 3조3980억원(전년 동기 대비 -6.0%), 영업이익 1920억원(-37.4%)의 부진한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아

수주 상황도 암울하다. 조선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9개 조선사의 올 상반기 수주는 총 31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61.4%나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52.4% 감소한 131억7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기준 수주 잔량은 2900만CGT(1005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20.1% 줄어들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 3년 뒤면 일감이 고갈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주가 어려워지자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조선소를 내세워 중국처럼 저가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형 조선사가 다른 조선사의 수주 계약이 임박한 건을 저가에 가로채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사 관계자는 “저가라고 해도 도크를 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생존경쟁에 몰린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상도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로 선박금융이 막히면서 선주사들이 발주를 취소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테나사에서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에 대한 계약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스테나사가 선수금을 입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