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디스커버리(2007·2008년), 삼성그룹밸류인덱스(2009년),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2011년)….’

과거 펀드시장의 한 해를 장식했던 ‘황제 펀드’들이다. 높은 성과와 운용사의 대표펀드란 인지도를 앞세워 해당 연도에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몇 번의 고비를 맞으면서 이들 펀드의 성적은 엇갈리고 있다. 과거 성과에 의존한 우량펀드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을 통한 수익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잘나가던 황제펀드, 현재는?

13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펀드 붐이 일었던 2006년부터 현재(지난 10일 기준)까지 연도별 자금유입이 가장 많았던 황제펀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2006) △미래에셋디스커버리3(2007) △미래에셋디스커버리4(2008)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자1(2009)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자(2010)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2011) △교보악사파워인덱스1(2012) 등이었다.

2006년 이후 황제 자리에 등극한 펀드들은 한 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특히 ‘미래에셋디스커버리3’의 설정액은 펀드 투자의 전성기였던 2007년 한 해 동안 2조361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에 1조6352억원의 자금이 유입, 황제펀드로 이름을 올렸다.

"장기투자 능사 아니다"…6개월 단위 리밸런싱 필요

모두 연도별로 잘나간 우량펀드들이지만 현재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설정액보다 순자산이 늘어난 펀드는 이들 7개 중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과 ‘교보악사파워인덱스자1’ 2개뿐이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자1’의 순자산 규모는 2조4400억원으로 설정액 대비 1.8배 수준이다.

반면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는 설정액 2조원이 넘는 대형펀드이지만 순자산은 1조5623억원으로 78%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펀드가치가 훼손돼 있다는 의미다.

◆‘한투삼성그룹적립식’과 ‘미래디스커버리’의 엇갈린 운명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만큼 이들 중 상당수는 설정액 1조원 이상을 보유한 대형펀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 2개는 1조원 미만으로 쪼그라들며 국내 주식형펀드 상위 20위권(순자산 기준) 밖으로 밀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금 유출로 펀드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2010년과 지난해 특정종목 위주로 급격한 상승장을 펼친 탓에 성과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시장 흐름을 잘 탔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삼성그룹주의 꾸준한 선전 덕에 2004년 설정 이후 수익률 337.03%를 기록 중이다. 연평균 수익이 37%가 넘는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4’는 자금 유출과 투자비중이 컸던 조선 철강 등 중국 관련 수혜주의 부진으로 2007년 설정 이후 수익률은 10.68%에 그친다. 연평균 수익률이 2%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6개월마다 리밸런싱 작업 필요

전문가들은 우량펀드를 골라 ‘장기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 연구원은 “30~40개 종목에 한정해 투자하는 압축형펀드는 상승장에서 강하지만 하락장에서는 방어력이 저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펀드든지 6개월마다 리밸런싱 작업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인덱스펀드는 시장이 상승한다는 전제로 장기적립식 투자에 적합하지만 압축형펀드나 손실이 큰 펀드라면 적어도 6개월마다 일부 차익실현과 손절매를 통해 투자비중을 조절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