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2일 오후 3시15분

국민연금이 2009년 이후 약 3년 만에 ‘해외유가증권(주식·채권) 대여’를 재개한다. 해외유가증권 대여는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미국 주식이나 국공채 등을 해외 기관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1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조만간 해외유가증권 대여를 시작한다. 기금운용본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유가증권 대여 재개를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며 “투자 프로세스가 확정되는 대로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로 대여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여와 담보 위탁을 맡을 은행 두 곳도 선정한다. 국민연금이 예상하고 있는 해외유가증권 대여 수익은 1년에 약 1600만달러(180억원)다.

국민연금이 해외유가증권 대여를 시작하는 것은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골드만삭스 등 공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해외 금융회사들에선 유가증권을 빌리려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대여 사업을 잘못 운영해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과거 해외유가증권 대여로 받은 현금 담보를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미국 회사채 등에 투자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투자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2009년 약 5000억원의 손실을 내고 대여 사업을 중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당시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해외유가증권 대여를 해 손실을 낸 것은 문제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투자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고 현금 담보를 위험 자산에 넣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제거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