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아는 분들의 선택! 테이스터스 초이스.” 고급스런 이미지로 1990년대 인스턴트 커피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스위스 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 23년 만에 사라진다. 한국시장에서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에 ‘2연타’를 맞으며 브랜드 생명력이 사실상 다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네슬레는 테이스터스 초이스 상표를 달고 판매해 온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를 모두 ‘네스카페’로 교체하기로 했다. 오는 16일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국 임직원을 모아 새 브랜드 정책을 소개하고 ‘재기 의지’를 다지는 기념행사를 연다.

테이스터스 초이스는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네슬레가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한국에는 1987년 커피 수입규제 철폐를 계기로 1989년 들어왔다. 외제 선호가 강했던 당시 분위기에 맞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 상륙 1년 만에 점유율 19%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차세대 인기품목으로 뜬 커피믹스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동서식품 ‘맥심’은 커피믹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점유율 60~70% 선을 회복했으나, 한국네슬레는 2000년대 들어서야 커피믹스 생산을 본격화했다. 2003년 145일간의 파업사태가 터져 영업력까지 약해졌고, 이후 10%대 점유율을 유지하는 ‘2인자’로 발이 묶였다.

게다가 남양유업이 2010년 12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내놓고 커피사업에 뛰어들면서 네슬레는 결정타를 맞았다. 2010년 13.6%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9.3%, 올 상반기엔 6.1%로 곤두박질쳤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은 동서를 추격하기 위해 사활을 건 마케팅에 나섰는데 최대 피해자는 네슬레가 됐다”며 “테이스터스 초이스는 ‘1+1 증정’ 행사를 해야 팔릴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