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1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민주당 당직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을 비판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는 “2차 가해 금지와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하는, 우리 사회가 어렵게 세운 원칙을 한방에 무너뜨렸다”며 신 원내대변인의 당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피해 여기자의 요구대로 비공개로 가해 당직자를 처분했다”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잘 처리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를 공개한 새누리당에 대해선 “‘인권감수성’이 있는 정당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민주당 당직자 A씨는 지난달 5일 미디어오늘 B 여기자를 취재 이후 이어진 술자리에서 성추행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진상조사를 거쳐 지난달 24일 민주당에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해임 처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앞서 신 원내대변인이 “최근 한 여기자가 민주당 당직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지만 해당 언론사와 민주당이 이를 숨기고 함구령을 내린 상태”라고 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의 공격에 대해 신 원내대변인도 가만 있지 않았다. 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역공을 취하는 것은 또 다른 2차 피해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추행 사건은 정치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공천 문제 때문에 급했을 것”이라고 했고, 새누리당은 이종걸 의원의 막말 파문과 연결시켰다. 성추행이라는 본질은 뒷전으로 밀린 듯하다. 신 원내대변인이 해당 여기자에게 전화 한 통 없이 이 사건을 정쟁에 이용하기 위해 공개했다면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민주당 역시 놓치고 있는 게 있다. 피해 당사자가 비공개 처분을 원했을지라도 이미 해당 언론사가 성명을 통해 사건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당직자 어느 누구도 성추행 사실 자체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다. 성 추행 사건보다 그런 사실이 알려진 배경을 문제 삼아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연희·강용석 전 의원 성추행·성희롱 등에 대해선 거센 비난을 퍼부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제 눈의 들보’엔 왜 눈을 감는지 묻고 싶다.

허란 정치부 기자 why@hankyung.com